서민 생활체육으로 불리는 파크골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용료는 몇천원 수준이지만 장비 시장에서는 수백만원짜리 클럽이 등장하며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참가 인구가 급증하자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고,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장비 계급도’까지 형성되고 있다.
파크골프의 가장 큰 특징은 클럽 한 자루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일반 골프가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퍼터 등 최대 14개의 클럽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파크골프는 티샷부터 퍼팅까지 하나의 클럽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하지만 장비 시장은 이미 ‘가성비 스포츠’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3일 파크골프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입문형 파크골프채 가격은 10만~3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일본 브랜드 하타치 일부 모델은 10만~20만원대, 미즈노 입문형 제품은 20만~30만원대 수준이다.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가격대로 초보자들이 주로 찾는다.
그러나 실력을 갖춘 동호인들이 주로 찾는 중급형 시장으로 넘어가면 가격은 빠르게 올라간다. 볼빅과 데이비드, 카스코, 프라임 등의 제품은 50만~1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단순 취미 생활용 장비라고 보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비거리와 타구감, 소재 차별화를 내세운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상급자 시장은 사실상 또 다른 세계다. 미즈노의 고급 라인은 1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일부 모델은 130만~180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으며, 프리미엄 라인으로 분류되는 제품들은 일반 골프채 세트 가격과 맞먹는다.
최고가 시장은 일본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혼마의 프리미엄 제품군은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일부 최상위 모델은 200만~300만원 안팎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 입문형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10배 이상 벌어진다.
실제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혼마와 미즈노, 하타치, 니탁스 등 일본 업체들이 고가 제품군을 주도하고 있으며, 볼빅과 데이비드, 세인트나인 등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사후서비스(A/S)를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시장 선점 효과가 꼽힌다. 파크골프가 일본에서 먼저 대중화되면서 혼마와 미즈노, 하타치 등 현지 업체들이 일찍부터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실제 파크골프 용품 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 선호 현상이 여전히 강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파크골프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파크골프 용품 브랜드는 100여 개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약 3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파크골프 인구 증가와 장비 고급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현재 3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향후 1000억원대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크골프 열풍은 클럽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공과 가방, 신발, 장갑, 모자, 의류 등 관련 용품 구매가 뒤따르면서 연관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파크골프가 원래 ‘저렴하게 즐기는 운동’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장비는 오히려 고급화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수백만원대 클럽이 등장하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골프에서 회원권과 장비가 소비의 기준이 된다면, 파크골프에서는 ‘클럽 한 자루’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