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대신 마셨는데”…제로 음료 하루 한 컵, 지방간 위험 60% 높았다

제로 음료 하루 250㎖ 넘긴 집단, 지방간 위험 60% 높아
가당음료 즐겨 마신 집단에서도 지방간 위험 50% 증가
당류 줄이는 대안일 뿐…물처럼 마시는 습관은 피해야

“물 대신 마셨는데…”

 

제로 음료는 설탕 음료보다 당류와 열량을 줄일 수 있지만, 물처럼 자주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다. pexels

편의점 음료 매대 앞에서 자연스럽게 ‘제로’ 제품을 고르는 사람이 늘었다. 생수는 밋밋하고 일반 탄산음료는 당류가 부담스럽다. 열량과 당류가 거의 없다는 표시가 선택을 가볍게 만든다.

 

식당에서 제로 탄산음료를 주문하거나 여러 병을 묶어 사두는 일도 흔해졌다. 설탕 음료의 대안으로 나온 제품이 어느새 물처럼 마시는 일상 음료가 된 것이다.

 

설탕이 빠진 자리에는 수크랄로스와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같은 대체감미료가 들어간다. 일반 탄산음료보다 당류와 열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열량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물처럼 자주 마셔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설탕 음료보다 허기 더 느껴…물과는 차이 없어

 

대체감미료가 몸속에 인슐린을 쌓아뒀다가 설탕을 먹을 때 한꺼번에 분비되게 한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 퍼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인슐린은 몸속에 쌓였다가 터지는 물질이 아니다. 혈당과 음식 섭취에 맞춰 췌장에서 그때그때 분비된다. 대체감미료도 설탕처럼 혈당을 크게 올리지는 않는다. 단맛을 받아들이는 뇌의 반응은 설탕과 다를 수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는 성인 75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시험 결과가 실렸다. 참가자들은 날을 달리해 수크랄로스 음료와 설탕 음료, 물을 각각 마셨다. 연구진은 음료 섭취 전후의 뇌 혈류와 혈액 수치, 허기 정도를 비교했다.

 

수크랄로스 음료를 마신 뒤에는 설탕 음료를 마셨을 때보다 시상하부 혈류가 늘었다. 시상하부는 허기와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뇌 부위다. 참가자들이 느낀 허기도 설탕 음료를 마셨을 때보다 컸다.

 

물과 비교했을 때는 허기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설탕 음료를 마신 뒤에는 혈당이 오르면서 내측 시상하부 혈류가 줄었지만, 수크랄로스 음료에서는 같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열량 없는 단맛이 설탕과는 다른 방식으로 뇌의 식욕 조절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하루 한 컵 넘긴 집단, 지방간 위험 60% 높아

 

제로 음료 섭취와 간 건강의 연관성을 살핀 대규모 추적 연구도 나왔다.

 

연구진은 연구 시작 당시 간질환이 없었던 영국 바이오뱅크 참여자 12만3788명을 중앙값 10.3년 동안 추적했다.

 

하루 250g, 음료로는 약 250mL를 넘겨 저당·무당 감미 음료를 마신 집단은 거의 마시지 않은 집단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발생 위험이 60% 높았다.

 

가당음료를 같은 양 이상 마신 집단에서도 위험은 50% 높게 나타났다. 추적 기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은 1178명이었다.

 

물론 여기서 ‘위험이 60% 높았다’는 말은 제로 음료를 마신 사람 10명 중 6명이 지방간에 걸렸다는 뜻이 아니다. 개인의 발병 확률이 60%포인트 올랐다는 의미도 아니다.

 

거의 마시지 않은 집단과 많이 마신 집단의 상대적인 차이를 나타낸 수치다. 연구에서 말하는 저당·무당 감미 음료에는 대체감미료가 들어간 다이어트 음료가 포함됐다.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긴 아직 일러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제로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지방간 발생 여부를 비교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평소 음료 섭취 습관과 이후 질병 발생을 추적한 관찰연구다.

 

제로 음료를 자주 마신 사람들의 체중이나 당뇨병 여부, 식습관, 운동량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미 체중이 늘었거나 건강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생겨 설탕 음료 대신 제로 제품을 선택한 사람이 많았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제로 음료가 지방간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가 확인한 것은 일정량 이상 마신 집단에서 지방간질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관성이다.

 

◆설탕 줄이는 대안이지 물은 아니다

 

제로 음료와 일반 탄산음료는 같지 않다. 설탕 음료 대신 선택하면 당류와 열량 섭취를 줄일 수 있다. 탄산음료를 한꺼번에 끊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건강을 위해 일부러 더 마실 이유는 없다. 제품에 따라 카페인과 산 성분이 들어 있고, 강한 단맛에 익숙해지는 식습관도 이어질 수 있다.

 

하루 250mL가 넘는 저당·무당 감미 음료 섭취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성을 보였다. 다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식품에 쓰이는 대체감미료는 정해진 사용 기준과 1일 섭취허용량 안에서 관리된다. 제로 음료 한두 캔을 마셨다고 곧바로 지방간이 생기거나 대사 건강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목마를 때 먼저 찾을 음료는 물이다. 제로 음료는 설탕 음료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하되, 물 대신 하루 종일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