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카드였는데 경매가 238억원… 포켓몬 카드의 놀라운 부활

추억을 소환한 카드 한 장, 수집을 넘어 투자 시장까지 흔들다
수집의 즐거움과 카드깡의 긴장감…중고거래의 기대감이 만든 인기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8)군은 최근 ‘포켓몬 카드’를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수집했던 포켓몬 카드가 올해 ‘포켓몬스터 출시 30주년’을 맞아 다시 인기를 끌자 다시 구매에 나섰다. 이군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무인 문구점에서 카드를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사기 어려워졌다”며 “정가에 구하려면 공식 매장에서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포켓몬스터 출시 30주년’을 맞아 포켓몬 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포켓몬 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포켓몬 카드의 누적 생산량은 850억장을 돌파했다. 현재 16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9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2023년 서울 용산구에 공식 직영 매장인 ‘포켓몬 카드샵’이 들어섰다. 포켓몬 카드가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경을 살펴봤다. 

 

2023년 3월 말 기준 포켓몬 카드의 누적 생산량은 850억장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포켓몬 카드를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재구성한 이미지

◆ ‘수집심리’가 키운 포켓몬 카드 열기

 

포켓몬 카드는 1996년 10월 20일 출시된 일본 최초의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이다. 일반적으로 종이에 이미지와 상세 설명이 인쇄된 형태를 띤다. 트레이딩 카드는 원래 야구와 같은 스포츠 분야에서 자리 잡았으나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유희왕’이나 ‘포켓몬스터’ 등을 거치며 대중화됐다.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카드를 조합해 전략적인 승부를 겨루기도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카드를 수집하는 재미에도 열광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들이 포켓몬 카드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집심리’ 때문”이라며 “좋아하는 대상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목표로 삼고 이를 채워나갈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과거 우표나 동전을 모으고 자산가들이 예술품을 수집하며 흡족했던 문화와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수집심리는 희귀하거나 한정판인 상품을 마주할 때 더욱 강해진다. 대개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커진다. 이는 개인에게는 하나의 성취이자, 타인에게는 과시의 대상이 되는 상징적 요소로 자리 잡는다. 이때 느끼는 성취감은 또 다른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결국 소비자들은 원하는 품목을 손에 넣기 위해 기꺼이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게 된다.

 

특히 이군처럼 어린 시절 향수를 지닌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갖추면서 인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 교수는 “이제 나이가 들어도 본인이 좋아하는 상품을 수집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 소비문화가 형성됐다”며 “성인이 된 후에도 완구류 수집에 몰두하는 ‘키덜트 현상’이 적극적인 구매 행동의 주요 배경”이라고 짚었다. 

 

이씨가 세계일보에 제공한 포켓몬 카드 사진.

◆ 거래·재테크로 확산하는 포켓몬 카드 시장

 

수집심리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포켓몬 카드는 중고 거래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글로벌 카드 거래 플랫폼 카드래더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5년까지 포켓몬 카드의 누적 투자 수익률은 3821%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군은 “전문 카드 트레이딩 업체를 통해 카드의 보존 상태와 품질에 대한 공식 감정을 받을 수 있는데, 인증 등급이 높을수록 더 비싼 값에 거래된다”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중고 거래 플랫폼부터 관련 인터넷 카페, 주기적으로 열리는 포켓몬 카드 전시회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미국 유명 유튜버 ‘로건 폴’이 소유한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가 경매에서 1649만 2000달러(약 238억 4743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붓을 든 피카츄가 그려진 이 카드는 피카츄를 최초 디자인한 니시다 아츠코가 제작했다. 1998년 만화 잡지 ‘코로코로 코믹’ 일러스트 대회에서 입상자 39명에게만 증정된 희귀 품목이라 높은 가격이 매겨졌다. 

 

가수 겸 방송인 강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 캡처

◆  ‘카드깡’의 긴장감이 만드는 즐거움

 

이른바 ‘카드깡’으로 불리는 카드팩 개봉 행위도 포켓몬 카드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카드팩을 개봉할 때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원하는 카드를 얻었을 때의 짜릿함,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 등이 소비자에게는 흥미로운 소비 감정으로 작용한다”고 풀이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련 영상도 잇따라 올라와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가수 겸 방송인 강남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를 통해 지난 5월 28일 포켓몬 카드를 구매하고 ‘카드깡’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조회수 약 89만 회를 기록한 이 영상에서 강남은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포켓몬 카드 구매에 총 5000만원을 지출했다. 그는 33만엔(약 313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카드팩을 구매했지만, 시가 120만원 상당의 카드가 나오는 데 그쳐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