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부가 이른바 '노상원 수첩'을 근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을 개정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노상원 수첩에 대한 증명력이 법원에서 처음으로 인정된 만큼 수첩에 적힌 문구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제시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1심 판결문에서 "윤석열 등이 과거 국가보위입법회의와 같이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을 개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절차적 한계를 짚으며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과거 국가보위입법회의와 같은 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했다고 봤다.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전두환 정권이 입법권을 장악하기 위해 국회를 해산시키고 창설한 기구다. 국민의 투표를 거치지 않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의원들로 구성됐다.
재판부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비상계엄 당일 아침 휴대전화에 '국회 해산 가능한가요'를 검색한 것 등을 종합했을 때 윤 전 대통령 등이 이와 같은 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을 개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부분은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에 항소하며 내세운 주된 주장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수첩에 기재된 군사령관 인사와 국회의원 선거 일정 등을 고려하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늦어도 2023년 12월까지 계엄 초기 구상과 기획했으며,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통해 입법권을 장악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의 1심 재판부는 수첩에 이름이 덧칠되는 등 외부인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작성 당시부터 민감한 부분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 유지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수첩 내용 중 '토사구팽', '향후 정국 운용 시 주도권 문제', '수사 진행 시 막을 수 있나' 문구는 "내란 행위 성공 후 다른 권력 집단과 주도권 다툼이 생기거나 그로 인해 자신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을 염려해 대응 방안을 고민한 흔적"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총장 朴:사전교육' 문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한 것과 부합한다고 했다.
또 '여의도-진입-출입구 등 접수', '경력배치/통제-모든 민간출입 통제' 문구는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경찰을 배치한 행위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전날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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