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탈진’ 남미는 ‘패딩’…기상이변에 전 세계 갈팡질팡

유럽 더위, 북아프리카 사하라발 ‘열돔’ 원인
칠레·아르헨티나는 남극발 한파
에펠탑 인근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파리 시민들. 파리=AP연합뉴스

 

북반구가 초여름에도 40도를 훌쩍 넘기는 폭염에 시달리는 사이 남반구는 때이른 매서운 한파에 시름하고 있다. 지구 양극단에서 정반대의 기상 이변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과 칠레·아르헨티나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기온은 41.9도까지 치솟아 지난해 8월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중부 푸아티에도 41.2도로 1947년 이후 가장 더운 날씨로 기록됐다. 수도 파리도 예외는 아니다. 파리는 38.4도까지 치솟아 6월 최고기온을 경신할 것으로 예보됐다. 프랑스의 이날 주야간 평균 기온은 29.2도로 6월 기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이날까지 프랑스에서는 차 안에 방치됐다가 숨진 2세와 4세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8명이 폭염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과 이날 이틀간 더위를 쫓으려다 물에 빠져 숨진 사망자는 13명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폭염 기간 물놀이 사망자가 172% 급증하기도 했다. 프랑스 기상청 ‘메테오 프랑스’는 전체 행정구역 중 절반이 넘는 곳에 폭염 적색경보를 내렸다. 경보 영향권에 속한 곳의 인구는 약 3900만명에 이른다. 학교 약 1350곳은 휴교했다.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가 40도까지 올랐다. 평소 신선한 북부 바스크 지방의 산세바스티안도 40도에 달해, 무더위로 유명했던 남부 세비야, 코르도바를 상회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연결하는 지점에서는 산불까지 겹쳐 고속철 운행이 두 시간 넘게 지연되기도 했다.

 

영국은 이번 주에 6월 최고기온(35.6도)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는 로마·피렌체·볼로냐·토리노 등 12개 도시에 폭염 적색경보를 내렸다. 이 중 토리노에서는 더위에 지하 전력 케이블이 과부하를 일으키는 일까지 발생해 정전이 반복됐다. 

 

유럽의 때이른 더위는 북아프리카 사하라의 뜨거운 공기를 북쪽으로 끌어올린 ‘열돔’(고기압이 솥뚜껑처럼 더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클레어 반스 연구원은 “북아프리카 사하라에서 더운 공기를 끌어 올려 강한 더위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매우 느리게 움직여 바람 한 점, 더위를 식힐 산들바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가 폭염과 푹풍을 갈수록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남반구의 칠레는 겨울 초입부터 강추위에 시름하는 분위기다.

 

이날 칠레 기상청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수도 산티아고가 속한 메트로폴리타나주를 비롯해 발파라이소·오이긴스·마울레뉴블레·비오비오 등 중부 6개 주의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실제 산티아고 일부 지역은 최저 영하 3도까지 내려갔다. 칠레의 6~7월 평균 최저기온이 3~4도인 만큼 영하권까지의 기온 하락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칠레 정부는 ‘코드 블루’라고 불리는 긴급 기상 경보를 내려 노숙인 집중 지원에 나섰다. 코드 블루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거나 눈·비를 동반해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가동되는 복지 안전망이다. 공무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노숙인에게 방한복이나 음식을 지원한다. 또 인근 공공 대피소로 이송한다. 칠레에서는 난방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노숙인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칠레 정부는 지난달 8일 올해 첫 코드 블루를 발령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여러 차례 추가 발령했다.

 

2010년 7월 19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노숙자들이 한파로 얼어붙은 몸을 장작불로 녹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추위는 비단 칠레만의 일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남극발 한파가 밀려들었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수도권 부에노스아이레스주를 비롯해 라팜파·코르도바·산타페·엔트레리오스 등 중북부 여러 주에 한파 황색경보를 내렸다. 파타고니아와 팜파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졌고,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반구 겨울 시즌과 맞물리며 강추위가 이어졌다. 우루과이에서도 이번 주 강한 바람을 동반한 한파로 체감기온이 영하권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보된 바 있다.

 

남미는 지난해에도 6월 말부터 남극발 한파가 찾아왔다. 당시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극지를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약 10년 만에 눈이 내렸다. 올해도 강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