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달린 ‘38선 횡단 부부’ 마지막 대장정

유대지·이순필씨, 93번째 도전
6·25 76주년 당일 400㎞ 행진
“다신 포성 없길”… 평화 메시지
“이 땅에 다시는 포성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반도의 허리인 북위 38도선을 따라 32년간 쉼 없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온 ‘38선 횡단 부부’가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유대지(76·사진 오른쪽)·이순필(76·〃 왼쪽)씨 부부는 올해 6·25전쟁일을 맞아 통산 93번째이자 인생 마지막 38선 동서 횡단 길에 오른다. 고령으로 인한 체력적 한계 탓에 ‘100회 횡단’이라는 기록 대신, 평화를 향한 진심을 담아 마지막 대장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부의 여정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자택을 출발해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선친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동부전선 38선의 기점인 강원 양양으로 이동한 부부는 6·25전쟁 76주년 당일인 25일 오전 양양 하광정휴게소에서 태극기와 ‘38선은 조국의 평화를 바란다’는 현수막을 두른 차량을 타고 한계령, 인제, 양구, 화천, 포천을 거쳐 서부전선 파주 임진각까지 약 400㎞ 구간을 달릴 예정이다. 시속 40㎞의 저속을 유지하며 10시간 동안 종단하는 ‘느린 행진’이다.

 

유씨의 선친인 고 유귀용 경위는 6·25 발발 전해인 1949년 경주 안강지서장으로 재직 중 공비들과 교전하다 27세의 나이로 순직했다. 3대 독자 유복자로 태어나 고단한 삶을 살던 유씨와 6·25 참전 후유증으로 평생 지체 장애를 앓던 친정오빠를 둔 아내 이씨는 험난한 길을 동행해 왔다.

 

유씨는 “유복자로 자란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용서할 수 있어도 제2의 유복자를 만드는 전쟁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