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두환 ‘국보위’ 같은 기구 만들어 개헌 시도”

법원, 박성재 1심 판결문 적시
‘노상원 수첩’ 내용 근거로 판단
다른 재판에도 증거 인정 주목

법원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1심 판결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헌법을 개정하려 했다고 봤다.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담긴 내용을 근거로 이런 판단을 내놓으면서 향후 다른 내란 재판에서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될지 주목된다. 법원은 공소기각을 선고한 박 전 장관 등의 혐의에 대해선 재수사와 재기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의 박 전 장관 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에 적힌 각 문구에 대한 해석과 실제 실행된 부분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윤석열 등이 과거 국가보위입법회의와 같이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을 개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두환 정권이 국회를 해산시키고 창설한 국가보위입법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의원들로 구성됐다.

재판부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계엄 당일 아침 휴대전화에 ‘국회 해산 가능한가요’를 검색한 점 등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부분은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에 항소하며 내세운 주장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판결문에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청탁금지법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수사기관이 수사개시를 통해 수사절차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공소제기권자가 다시 기소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특검에 해당 사건 수사권이 없었을 뿐 ‘면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 ‘안가 회동’과 관련해 국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공소기각을 선고했는데, “관련성의 기준과 범위가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 특검 수사대상이 무한정 확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날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에 대해선 특검 구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