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이 나눈 국민연금… 분할 청구 10년 새 8.5배 쑥

수급자 10만 육박… 女비중 88%
1인당 월평균 수급액 29만원대

일시금 수령 시 분할권 소멸
“사각지대 제도 개선 나서야”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분할연금 수급자가 최근 10년간 8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혼이혼이 크게 늘면서 노후 소득을 나누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전 배우자가 연금 대신 반환일시금을 수령할 경우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의 분할일시금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4년 1만1802명에서 지난해 6월 기준 9만9818명으로 약 8.5배 폭증했다. 전체 수급자 가운데 여성은 8만7491명으로, 약 88%를 차지했다. 남성은 1만2327명이다.

월평균 수급액도 크게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수급액은 2014년 18만8000원에서 지난해 6월 기준 29만원으로 올랐다. 2023년 24만5000원, 2024년 28만3000원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16만7000원, 여성이 31만원으로 집계됐다.

분할연금 수급자 증가세 배경에는 황혼이혼 증가가 먼저 꼽힌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혼인 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1997년 9.8%에서 2024년 36.2%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년 이상 혼인 생활을 유지한 뒤 이혼하는 비중도 10.9%에서 16.6%로 높아졌다.

작년을 기준으로 보면 혼인 기간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1만5628건으로 집계됐다. 혼인 4년 이하 부부의 이혼 1만4392건보다 1236건 많다. 혼인 초기 이혼보다 수십년을 함께 산 뒤 갈라서는 부부가 더 많은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 분할연금 제도는 전 배우자가 국민연금을 반환일시금으로 받으면 분할연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현재는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받을 경우에만 연금을 분할할 수 있다. 반면 가입 기간 부족이나 국외 이주, 사망 등 사유로 반환일시금을 수령할 경우 이혼한 상대방은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실제 국민연금 반환일시금 수급자는 2024년 기준 19만8663명에 달했다.

2020년 18만6422명보다 늘었다. 수급 사유는 60세 도달이 69.62%로 가장 많았으며, 국외 이주가 19.43%, 수급 1년 경과 5.91%, 사망 5.03% 등이 뒤를 이었다.

반환일시금 평균 수령액은 약 655만원이며 최고 수급액은 1억3411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전 배우자가 이런 일시금을 수령하더라도 상대방은 사전에 분할연금을 청구해 둔 상태라 할지라도 이를 나눠 받을 수 없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보고서는 이 같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분할일시금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이미 2018년부터 관련 제도를 시행 중이다.

연구진은 혼인 기간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각각 5년 이상이고, 전 배우자가 반환일시금을 청구하기 전에 이혼한 경우에 한해 분할일시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혼 전 지급된 일시금은 공동 생활비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고 사후 환수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권리 행사 기한은 5년으로 설정하고, 과도한 행정 비용 발생을 막기 위해 분할 대상 반환일시금이 50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는 독일과 일본처럼 이혼 시점에 연금 가입 이력과 소득 기록 자체를 나누는 ‘가입 이력 분할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도입한다면 전 배우자의 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고 이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장애나 사망 등 위험에도 대비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