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팬덤 정치’ 따라 하는 鄭… 세규합 통해 연임 기반 다지기

온라인 발판 지지층 결집 속도

대권도 거머쥔 李 경로 ‘벤치마킹’
鄭, 중대 고비 때마다 ‘딴지’에 글
내부선 연임 움직임 놓고 시각차

‘개딸’ 등 李 팬덤은 李에게만 향해
鄭 팬덤은 민주 전통 지지층 주축
당권 경쟁 땐 노선 경쟁 번질 수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연임 도전을 앞두고 온라인 지지층 결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한 팬덤을 발판으로 당대표 연임에 이어 대권까지 거머쥔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경로를 벤치마킹하는 모양새다. 정 대표의 팬덤은 이 대통령 개인 지지층과 달리 민주당의 전통적 계보와 검찰개혁 강경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친명(친이재명) 신주류’와 ‘민주당 전통 지지층’ 간 노선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23일 전남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열린 특별시민과의 대화 여성 분야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딴지일보 게시판에 “검찰개혁의 대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이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정답”이라고 적어 지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딴지일보는 김어준씨가 만든 진보 성향의 인터넷신문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40·50대 진보 성향 이용자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팬클럽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싸리비’라는 별명으로 활동했던 정 대표는 딴지 게시판을 “민심을 보는 척도”라고 할 정도로 중시한다. 딴지일보 창간자인 김씨 역시 유튜브 방송을 병행하며 정 대표와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정 대표는 정치적 고비를 맞거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면 딴지에 글을 올려 지지층으로부터 힘을 얻고자 했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탈환에 실패해 책임론이 불거진 지난 10일 정 대표는 “결론은 항상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다짐과 의지”라며 자신의 고뇌를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생중계하듯 의원총회도 생중계했으면 좋겠다는 지지자의 건의를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글도 공유했다. 정 대표는 10년 동안 1500회 이상, 이틀에 한 번씩 딴지 게시판에 글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의 온라인 행보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당대표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온라인 소통을 활발히 이어온 모습과 닮아 있다. 이 대통령은 엑스(X)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선사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당시 개설된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 접속해 안부 인사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카페에서 일종의 관리자에 해당하는 ‘이장’이었는데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이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이 카페에선 현재 21만49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보유한 팬덤은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구성과 방향성에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의 팬덤은 20·30대 여성이 중심이 된 ‘개딸’(개혁의딸) 그룹에서 그 범위가 점차 확장돼 성별과 연령대가 폭넓어졌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선 ‘개딸’이라는 명칭이 자신들의 넓어진 저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들은 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팬덤이 강한 성향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 대표의 팬덤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당의 전통적 노선을 따르는 40·50대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특히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뒤 서거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느끼는 이들은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한데, 최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강조하고 있는 정 대표가 당의 전통적 노선과 개혁 노선의 선봉에 있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김·노·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피와 땀, 헌신이 있었다”는 발언은 이러한 정서를 대변한 셈이다.

정 대표의 행보를 바라보는 당내 시각은 엇갈린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채널A에 출연해 “누구는 (출마하면) 된다, 안 된다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전당대회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정 대표에 대한 연임 저지 움직임을 정조준했다. 한 친명계 인사는 “연임을 한 뒤엔 어떡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청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는 어떻게든 연임을 하려 할 것이어서 차기 총선 공천권과 맞물린 경쟁이 격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