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멕시코인 축구 사랑? 폭염 앞에선 맥 못 춰 [남정훈 기자의 올라! 메히꼬]

선선한 과달라하라 응원 인파
‘40도 육박’ 몬테레이 오니 썰렁

페이지 수가 700쪽이 넘어 ‘벽돌책’으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를 아시나요.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줄이면 문명의 발달 수준이 차이 나는 이유는 각 지역이 가진 지리적, 환경적인 특징 때문이라는 겁니다. 축구 칼럼에 웬 뚱딴지같은 ‘총, 균, 쇠’ 얘기를 꺼냈는지 의아해하실 겁니다. 홍명보호의 조별리그 1, 2차전 현장 취재를 위해 약 2주간 머물렀던 과달라하라와 3차전 취재를 위해 넘어온 몬테레이를 비교해 봤을 때, 축구에 대한 관심이 왜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것일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총, 균, 쇠’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남정훈 기자

해발 1500m대의 고지대인 과달라하라는 한낮에도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저녁엔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서늘하기까지 합니다. 축구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 때문일까요? 과달라하라 대성당 근처에 마련된 FIFA 팬 페스티벌엔 평일, 주말은 물론 낮, 저녁을 가리지 않고 축구를 즐기려는 수천 명의 인파로 가득했습니다. 멕시코 경기가 아닌 다른 나라 간의 맞대결도 가리지 않습니다.

반면 해발고도 540m 분지 지형의 몬테레이는 여름 한낮엔 섭씨 40도를 넘기는 일도 허다합니다. 게다가 습합니다. 5분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취재진이 몬테레이에 도착한 22일(이하 한국시간) 오후엔 팬 페스티벌에 수많은 멕시코인이 몰려들기에 ‘역시 멕시코인들의 축구 사랑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구나’ 감탄했죠. 하지만 제 착각이었습니다. 이날 무려 12만명이나 몰린 이유는 유명 록밴드인 ‘이매진 드래건스’가 팬 페스티벌에서 라이브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튿날인 23일 오후, 팬 페스티벌 행사장을 다시 방문해 보니 과달라하라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대형 스크린은 단 1개에 불과했고, 사람들도 100~200명에 불과했습니다. 행사장 미디어 업무 담당자 멜리사 가르자(32)는 “어제가 밴드 공연 때문에 이례적으로 사람이 몰렸을 뿐이다. 멕시코 경기가 없는 날에는 이 정도 인파만 온다. 워낙 더워서 사람들이 굳이 이곳을 방문해서까지 축구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시별 축구 사랑은 지리적, 기후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제 추론과 가정이 옳았습니다. 아무리 멕시코인들의 축구 사랑이 유별나다 해도 섭씨 40도에 가까운 폭염을 견디면서까지 야외 행사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