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호남에 수백조 생산시설 추진

‘전공정 팹’ 건설 방안 유력 거론
용인 클러스터 일부 이전 가능성
삼전 최소 200조… 총 500조 웃돌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시설뿐 아니라 웨이퍼 생산 등 핵심 제조공정을 담당하는 전공정 팹(생산시설)까지 건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를 위해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예정된 생산시설 투자 계획이 조정될 가능성마저 제기되자 용인 등 경기 지역에서 반발 목소리가 높다.

사진=뉴시스·연합뉴스

23일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연계해 호남권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소 200조원 이상, SK하이닉스는 이보다 큰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투자액을 합하면 50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가 현실화하면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호남에 구축된다.

이러한 계획은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하는 ‘국토공간 대전환(지방균형국가)’ 관련 민관 합동회의를 계기로 발표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면담한 데 이어 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관련 투자 및 지역발전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호남 내에선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반도체 패키징 시설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공정 팹을 유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후공정은 전력·용수·인력 부담이 작은 대신 투자 규모도 제한적인 반면, 전공정 팹은 수십조원대 투자가 이뤄지는 핵심 생산시설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집행한 금액은 시설투자비를 포함해 30조원이 넘고, 두 기업이 용인 클러스터에 투자한 규모는 960조원에 이른다.

다만 호남 지역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에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일정과 투자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완공이 시급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추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를 먼저 구축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공장이 필요한 경우라면 몰라도 예정된 용인 쪽 시설을 쪼개 이전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미 국가정책으로 결정돼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인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프로젝트를 공론화 명분으로 시민사회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흔들려는 의도라면 용인특례시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