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20분에 왔다” 다시 시작된 오픈런…‘2026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오는 28일까지
총 18개국의 538개 출판사와 단체 참여
올해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로

“지난해 후기 보고 오전 7시20분에 왔다. 너무 일찍 온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국내 최대 규모 책 축제 ‘2026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인 24일,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방문객들로 붐빌 것에 대비해 이른 시간 코엑스에 도착한 그는 자기 앞에 이미 방문객 수십명이 대기 중이었다고 전했다.

 

시간 낭비하지 않고 빠르게 입장하려면 오전 8시에는 도착해야 한다거나, 예매 티켓 수령 부스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사진을 담은 게시물 등도 다른 엑스 계정에서 눈에 띄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자와 출판사, 저자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국내 최대 규모 책 축제다. 코엑스 A·B1홀에서 오는 28일까지 닷새간 열리며, 한국을 포함해 총 18개국 538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 주제 관련 도서전 측은 신조어 ‘호모 두두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인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이 제시하는 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질문하며 미지의 세계를 향한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

 

행사에서는 AI 시대의 인간 존재를 조명하는 세미나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의 강연, 전시, 사인회 등 총 415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소설가 은희경·김애란을 비롯한 문인들과 가수 선우정아, 배우 김신록, 뇌과학자 장동선, 행동생태학자 최재천, 선재스님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참여한다. 한국계 미국 작가 박지선·권오경, 대만 작가 천쓰홍, 영화 ‘첨밀밀’ 각본 기획자 찬와이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도서전을 찾는다.

 

지난해 6월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며 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주빈국은 프랑스다. 프랑스관은 1만2000여종의 도서를 선보이며 프랑스어와 미식 문화를 소개한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미식 평론가 프랑수아 레지스 고드리 등 프랑스 작가들도 참가한다.

 

출판사와 관련 단체들은 도서전 기간 각 부스에서 한정판 도서와 굿즈 등을 선보이고 작가 사인회와 현장 이벤트 등을 마련해 독자와 만난다.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해외에 한국 문학 작품 판권을 판매하거나 뮤지컬 등 공연 제작을 위한 지식재산권(IP) 상담도 이어진다.

 

지난해 전체 입장권이 개막 전에 매진돼 항의 사태를 빚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도 흥행이 예상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약 15만명이 도서전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행사 기간 적정 수용 인원을 고려한 총 티켓 판매 규모다. 일각에서는 유튜브 영상 등에 익숙한 상황에 지쳐 오히려 이를 멀리하고 종이와 글에 주목하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지난해 6월18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2025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를 향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흥행 이면에는 참가 출판사 선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와 도서전의 ‘사유화’ 논란을 둘러싼 출판계 내부의 깊은 갈등도 자리 잡고 있다.

 

공간 부족 등으로 참가를 원하는 출판사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면서 참가 출판사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 등에 관한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이 25~2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여는 등 출판계에서는 별도의 소규모 도서전을 여는 움직임도 인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시작해 올해 68회째를 맞았다. 도서전을 주최해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을 설립해 공동 주최해왔다.

 

경남 양산에서 평산책방을 운영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책방지기’로서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문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 시상자로 나서 축사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