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경기 남부 핵심 주거지인 화성시 동탄구의 과열 양상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매물이 급감하자 세입자들이 인근 지역으로 밀려나는 주거 이동 현상이 뚜렷하다. 매매가격 역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계약금의 배를 돌려주고서라도 계약을 깨뜨리는 ‘배액배상’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동탄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5.88% 상승했다. 경기도 평균 상승률인 2.24%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경기 남부 최고치다.
현장에서는 보름 사이에 전셋값이 1억 원쯤 뛰는 단지가 나타나고 있다. 물량 자체도 부족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월 313건이던 동탄구 전세 매물은 6월 16일 기준 232건으로 25.9% 감소했다.
이로 인해 동탄구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5610만 원선까지 올랐다. 이는 인접한 오산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3억4343만 원과 평택시의 2억7274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세 부담이 커지자 세입자들이 오산·평택이나 교통 호재가 집중되는 병점역 일대 신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옆세권’ 이주 행렬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동탄 시장의 과열 배경에는 규제 풍선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과 성남시 분당구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자, 대기업 반도체 공장을 배후에 둔 비규제지역 동탄구로 투자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동탄구의 올해 아파트 호당 평균 실거래가는 지난해 대비 9.3% 상승한 8억1276만 원을 기록 중이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자 매도인들이 계약 취소를 통보하는 사례도 늘었다.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배액배상 부담보다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구리, 남양주, 수원 등 수도권 주요 비규제지역에서 발생한 매매계약 해제 건수는 총 1248건이다. 이 중 화성시 동탄구 한 곳에서만 전체의 28%에 달하는 351건이 발생했다. 비규제지역 계약 취소 물량 10채 중 3채쯤이 동탄구에서 쏟아진 셈이다.
이 같은 비규제지역의 매수 광풍과 계약 취소 속출 사태에 대해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함영진 랩장은 시장의 정책적 리스크를 경고했다.
함 랩장은 “현재 주택법상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주택가격 상승률, 청약 경쟁률, 거래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통계상 화성 동탄구와 구리시 등은 이미 일부 정량지표에서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했거나 기준선에 근접한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이들 지역을 겨냥해 규제 카드를 꺼내 들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순간 대출 한도가 줄고 세금 부담과 청약 문턱이 높아진다”며 “풍선효과에 기대어 진입한 수요는 동력을 잃고 가격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단기적인 시세차익이나 유행을 좇는 갭투자 방식의 접근은 대단히 위험한 시점이다”라며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실거주 가치와 장기적인 지역 인프라 경쟁력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