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이 7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소·수사 기능을 각각 넘겨받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는 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형사소송법 개정 등 후속 입법 작업이 지연되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여타 법령 개정과 세부 실무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10월2일 공소청·중수청을 개청한다는 입장이나, 법조계에선 형사사법체계에 대변화를 주는 개혁이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개정 정부조직법 시행일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정 ‘보완수사권 이견’, ‘험로’ 예고
24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다음 주 국회(여당)에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넘긴 뒤에도 입법 완료까진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와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숟가락만 한 보완수사권이라도 주면 (검사들이) 그 숟가락으로 칼을 만들어서 정권에 언제 칼을 들이댈지 모를 일”(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이라는 검찰개혁 강경파 주장에 맞서 정부 측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안이 있느냐”(정성호 법무부 장관)고 항변하지만, 결국은 지난 공소청·중수청 설치법 입법 과정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등이 지속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올해 초 공소청·중수청 설치법 초안을 발표했다가 여권 강경파의 거센 반발을 샀고, 이후 민주당 공청회와 정책의원총회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수정 작업을 거친 후 두 법안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8월에 열리는 점도 입법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변수다.
현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일정과 관계없이 서둘러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당내에서는 “새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반론도 고개를 든다. 애초 복수안을 준비했던 추진단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 요청권(기존 요구권)을 남기고 그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은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법조계에선 기소 여부 등 처분을 내리기 전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않으면 결국 수사 지연이나 부실 수사 등 문제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초안에는 아울러 공소청 검사에게 별도 행정조사 권한인 보완조사권을 주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권한을 두고는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당내 이견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에 따라 갈리는 측면도 있다”며 “정부 입장에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하려 할 테지만, 당은 전당대회도 있어서 강성 지지층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청 준비도 난항… ‘졸속추진’ 우려
검찰개혁 후속 입법의 ‘뼈대’ 격인 형사소송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3개월여 남은 조직 출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검찰청은 공소청 개청준비단을 꾸려 조직 개편으로 바꿔야 할 규정들을 논의 중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공소청 개청에 앞서) 인력, 예산뿐만 아니라 검찰 업무와 관련된 수많은 법령, 예규, 훈령, 지침 등 각종 규정을 하나하나 어떻게 변경해야 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이 빨리 개정돼야 우리도 그에 맞춰 준비를 할 텐데, 혹시 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방면으로 꼼꼼하게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수청의 경우 행정안전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개청준비단이 실무 준비를 맡고 있다.
기존 검찰청사를 쓰게 될 공소청과 달리 중수청은 본청과 각 지방청의 청사 확보가 주요 과제다. 본청과 서울청 청사로 쓸 건물이 발표됐지만, 지방청 청사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 수사기관이 쓰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구축 사업계약도 최근 체결돼 개청 때까지 구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수청 인력 구성과 수사관 처우 등 기타 실무사안들도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자칫 공소청·중수청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개문발차한다면 ‘사법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청 폐지 후 신설 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고진원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공소청·중수청 출범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가능 여부를 떠나서 단기간에 졸속으로 추진할 경우 법령도 그렇고, ‘구멍’이 얼마나 많겠냐”고 되물었다. 고 변호사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방향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리를 강행하면 부담은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된다”며 “속도보다 완성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아가 “이런 상태에서 공소청·중수청이 출범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고, 비정상적”이라며 “현행 검찰개혁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차 교수는 “(현 공소청·중수청 설치법은) 위헌적 조항도 많고, 사법 정의나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면서 정작 필요할 땐 수사·기소 모두 가능한 특별검사를 도입하려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