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가사노동의 가치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감소했는데, 유독 60세 이상은 그 추세를 역행한다. 작년 기준 남녀 모두 60세 이상인 이혼은 1만3743건으로 전년보다 943건 늘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고, 전체(8만8130건) 대비 비중도 15.6%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혼인 지속기간별 이혼을 살펴봐도 30년 이상이 전체의 17.7%를 차지했다. 집값 상승이 이 같은 황혼이혼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재산 분할 몫이 커진 덕에 더는 경제적 이유로 이혼을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인데, 통설은 아닌 듯싶다. 이혼에 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힘입어 반평생을 동고동락했어도 함께 살기 힘들면 과감히 결별하는 시대다.

여성이 평생 짊어지는 가사노동의 기간은 남성보다 월등히 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현재 가사노동 생산과 소비를 비교해 보면 남자는 32세부터 흑자를 기록하다가 44세에 적자로 돌아선다. 26세부터 흑자로 진입한 여자는 84세에야 적자 전환했다. 적자는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큰 상태로, 사실상 집안일 ‘졸업’을 뜻한다. 반면 흑자는 다른 사람 몫의 집안일까지 대신해 준 데서 비롯되는데, 우리나라 여성은 58년간 집에서 ‘가사노동 담당자’로 일한 셈이다. 가사노동 ‘은퇴’를 위해 황혼이혼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데이터처가 무급 가사노동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결과 2024년 기준 그 총 가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2.8%에 달했다.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1125만원(여성 1646만원, 남성 605만원)으로 5년 새 20.0% 늘었다. 가사노동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점점 인정받는 추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분할연금 수급자는 최근 10년 사이에 8.5배가량 늘어 지난해 6월 기준 9만9818명에 달한다. 여성이 약 88%로 압도적인 비율인데, 황혼이혼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보통 배우자 중 한쪽의 연금 수령 시점이 다가올 때 황혼이혼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연금 분할은 이혼을 앞두고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배우자의 가사노동을 당연시한 가부장 문화의 후폭풍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