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경영성과급 규모를 결정할 때 이사회의 사전 검토와 주주총회 결의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갈등을 계기로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가 노동계에서 빗발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임금성이 없는 성과급은 근로조건과 무관해 본질적으로 노조의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성과급은 이사회가 사전에 검토하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부 논의·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진 방식과 관련해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도 검토 중이지만 이 방식은 국회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린다”며 “우선 시행령으로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유례없는 성과급을 계기로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업종에서도 노동계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영업이익 배분 과정에서 주주의 의견이 사실상 제외된 현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본다. 제도 개선을 통해 리스크를 지는 주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고 성과급을 둘러싼 소모적인 노사 갈등을 제도적 틀 안에서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2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영업이익과 관련해 경영진과 노조만 있는 게 아니라 손실을 각오하고 들어온 투자자도 있다”며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되는 건 맞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노동자는 월급이라는 기본 전제가 보장되는 만큼, 리스크를 떠안은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노조, 경영자와는 다르게 보장돼야 한다”며 “투자자의 관점이 논의에서 빠져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