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개척의 서막인가, AI 자본 위험한 도박인가… 스페이스X 엇갈린 시선 [세계는 지금]

장밋빛 희망

2002년 창업, 파산위기 딛고 성장
역대 최고 기록 깨고 나스닥 데뷔
골드만 “15년뒤 매출 180배 폭증”

신기루 경고

스타링크 유일 흑자… 수익 61% 의존
스타십·AI 그록 등 경쟁력 입증 안돼
“과대광고로 움직이는 기업” 지적도
“인류를 다행성(multiplanetary) 종으로 만들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파격적인 상상력에 우주 애호가뿐 아니라 대중까지도 열광했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머스크 CEO가 설립한 우주 개발 기업인 ‘스페이스X’는 우주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달 12일에는 나스닥에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까지 받고 있다.

 

◆파산 위기에서 역대 최대 IPO까지

기업으로서 스페이스X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우주 개척’과 ‘화성 이주’라는 낭만적 목표로 포장돼 있던 스페이스X는 상장을 계기로 철저히 현실의 숫자로 분석되고 있다. 여러 투자자와 기업 분석가들은 우주 산업이 ‘밑 빠진 독’이라면서 사업에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스페이스X가 “틈새 통신 기업이며, 골치 아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에 불과하다며 과대평가됐다고 봤다.



반면 민간 우주 산업의 선도 기업인 스페이스X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도 만만치 않다. 스페이스X의 IPO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2040년 이 기업의 매출이 3조4000억달러(약 5300조원)로 15년(2025년 매출 187억달러) 만에 180배 넘게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 CEO의 ‘마스 오아시스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화성에 식물이 담긴 작은 온실을 보내, 대중의 관심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로켓을 구하러 러시아에 방문했다가 터무니없는 가격과 업계의 비웃음을 마주한 그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직접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한다. 2002년 스페이스X의 시작이다.

 

대중의 평가가 뒤집힌 것은 스페이스X 파산설이 흘러나오던 2008년 9월 네 번째 발사부터다. 팰컨 1은 민간 개발 로켓 최초로 궤도 진입에 성공했고, 이후 착실히 목표를 완수해 나갔다. 로켓 부스터를 다시 회수하는 ‘재사용 로켓’ 기술을 통해 발사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춘 것이 최대 경쟁력이었다. 현재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미 국방부의 핵심 발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으며, 주당 2회가 넘는 발사를 수행하고 있다.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서비스를 시작하고 인공지능(AI) 기업 ‘xAI’를 인수해 사업 규모를 넓혔고, 이달 12일에는 750억달러(약 113조원)라는 기업 IPO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선 엇갈려… “과대광고”, “돈 이상 의미”

스페이스X도 본격적인 우주 진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원대한 꿈을 그리고 있지만, 현재 먹거리가 스타링크에 국한돼 있는 구조는 스페이스X의 ‘이상과 현실’ 사이 간극을 보여준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핵심 수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110억달러를 넘어서 스페이스X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사업 부문 중 유일한 흑자다.

로켓 발사와 올해 초 인수한 xAI의 사업은 투자 단계다. 개발 중인 차세대 유인 우주선 ‘스타십’은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장기적 기대에 의존해 진행되고 있다. AI 슈퍼컴퓨터 ‘콜로서스’, AI 챗봇 ‘그록’, SNS ‘X(엑스)’를 운영하는 xAI는 인프라 투자에 따른 연간 손실 규모가 올해에만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베스팅닷컴은 “스페이스X는 단일 기업이 아니라, 검증된 현금흐름을 가진 스타링크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두 사업을 한데 묶은 구조”라며 “투자자들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은 스타링크이며, 나머지 두 사업은 그와 함께 따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산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IPO 이후 주가 흐름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IPO 열기가 식으며 주가가 몇 달 내에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업 가치에 대해서는 “단기적 과대광고에 힘입어 움직이는 위험한 장기 투자 대상”이라는 촌평을 내렸다. 스페이스X의 주가를 이끄는 것은 머스크 CEO의 장기적인 비전인데, 투자자들이 검증된 사업인지를 살피기보다는 기술적으로 꿈에 가까운 아이디어 단계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로이터연합뉴스

투자자의 판단이 어떻든 간에,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를 바라는 우주 애호가들은 스페이스X의 증시 데뷔를 하나의 축제로 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 자산운용사가 IPO 이전부터 스페이스X에 투자했던 초기 투자 고객에게 상장 후 주식 변동 위험성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모두가 지금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싶어하고, 아무도 위험을 헤지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스페이스X의 미래를 너무나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IPO가 우주 애호가들에게 전 세계적인 우주 탐사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열정적인 우주 ‘덕후’들 만큼 스페이스X의 증시 데뷔를 기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며 “우주 애호가에게 이번 IPO 행사는 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