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잤는데 천근만근”…새벽에 꼭 깨는 사람들의 의외의 ‘공통점’

수면장애 진료 환자 130만명 돌파…잠은 양보다 ‘질’
술·카페인, 빨리 잠들어도 밤 후반부 수면 끊을 수 있어
치킨·떡볶이에 늦은 수분까지…속쓰림·야간뇨 부르는 습관

“8시간 잤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네.”

 

잠자리에 오래 누워 있어도 밤중에 자주 깨면 실제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은 떨어질 수 있다. 늦은 야식과 술, 카페인, 과도한 수분 섭취는 새벽 각성을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pexels

잠자리에 오래 누워 있었다고 그 시간 내내 푹 잔 것은 아니다.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밤중에 여러 차례 깨면 실제 수면시간은 줄어든다. 깬 뒤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 시간이 길수록 아침 피로도 남기 쉽다.

 

수면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비기질성 수면장애 또는 수면장애로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는 130만8383명이었다. 2020년 103만7396명보다 26.1% 늘었다.

 

연령과 성별로 보면 60대 여성이 17만9319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 여성 13만9987명, 70대 여성 12만6514명이 뒤를 이었다.

 

수면장애를 모두 야식이나 카페인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 일주기 리듬 장애 등 원인이 다양하고, 스트레스나 우울·불안, 만성질환, 복용 중인 약도 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녁 습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늦게 먹은 음식과 술, 카페인이 속쓰림이나 갈증, 잦은 소변을 불러 잠을 끊어놓을 수 있어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새벽에 자주 깨기 시작했다면 전날 밤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스크림·케이크, ‘먹었다’보다 ‘언제 얼마나’가 문제

 

잠들기 전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과자와 빵을 찾는 사람이 많다. 고단한 하루를 달랜다며 하나둘 먹던 간식이 매일 밤 습관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단 음식이 곧바로 불면증이나 새벽 각성을 부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류와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에게서 잠이 얕거나 자주 깨는 경향이 관찰된 연구는 있지만, 체중과 평소 식습관 등 다른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먹는 양과 시간이다. 잠들기 직전 고열량 간식을 많이 먹으면 소화가 끝나지 않아 속이 더부룩하거나 역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것을 먹는다고 잠이 달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배가 부를 정도로 먹은 뒤 곧바로 눕는 습관은 피하는 편이 낫다.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양 많은 야식 대신 소화에 부담이 적은 간식을 조금만 먹는 방법이 있다. 허기를 참느라 잠을 설치는 것과 배부르게 먹고 눕는 것 모두 숙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잠은 빨리 오는데…술 마신 날 유독 일찍 깨는 이유

 

잠이 오지 않을 때 술 한잔을 찾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은 처음에는 졸음을 불러 평소보다 빨리 잠들게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밤이 깊어진 뒤다. 술은 수면 단계의 흐름을 흐트러뜨리고 렘수면을 줄일 수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떨어지는 밤 후반부에는 잠이 얕아지고 깨는 횟수가 늘기도 한다. 오래 누워 있었는데도 다음 날 몸이 무거운 이유다.

 

술자리에서는 안주와 물, 음료 섭취량도 함께 늘기 쉽다. 잠들기 전 마신 수분이 많으면 화장실에 가느라 잠이 끊길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있는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 음주 후 목 주변 근육이 이완되면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술을 마셔야 잠이 온다’며 음주를 수면제처럼 이용하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커피는 끊었는데…초콜릿·녹차에도 카페인

 

저녁 커피는 피하면서 녹차나 초콜릿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들 식품에도 양은 다르지만 카페인이 들어 있다. 다크초콜릿과 말차 음료, 콜라, 에너지음료도 마찬가지다.

 

카페인은 뇌에 졸음이 쌓이도록 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막는다. 잠드는 시간을 늦출 뿐 아니라 전체 수면시간과 수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미 잠든 뒤에도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와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오후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자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점심 이후 한 잔만 마셔도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은 잠자기 4∼6시간 전부터 커피와 콜라, 녹차, 홍차 등 카페인이 든 식품을 피하라고 권한다. 새벽에 자주 깨거나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다면 커피뿐 아니라 차와 초콜릿, 에너지음료를 먹은 시간까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치킨·라면·떡볶이, 먹고 바로 누우면 속부터 깬다

 

치킨과 라면, 떡볶이, 족발은 늦은 밤 자주 찾는 음식이다. 음식 자체가 수면을 직접 깨운다기보다 기름지고 맵거나 양이 많은 식사가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문제다.

 

위장이 예민하거나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사람은 야식 뒤 속쓰림이나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먹고 곧바로 누우면 위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기 쉬워진다.

 

새벽에 가슴이나 목이 화끈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고, 마른기침 때문에 잠에서 깬다면 야식 시간부터 돌아봐야 한다. 특정 음식을 먹은 날 증상이 반복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류 증상이 있다면 저녁 식사와 눕는 시간 사이에 2∼3시간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권장된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3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과식한 뒤 곧바로 눕는 습관만큼은 피하는 편이 좋다.

 

◆수박·참외도 밤늦게 많이 먹으면 부담

 

건강한 음식이라고 밤늦게 얼마든지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수박이나 참외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을 잠들기 직전 많이 먹으면 밤중에 소변이 마려워 깰 수 있다.

 

자기 전 물을 여러 컵씩 마시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전립선 질환이나 과민성 방광이 있거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야간뇨가 더 잦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저녁부터 물을 무조건 끊을 필요는 없다. 필요한 수분은 낮 동안 나눠 마시고, 잠들기 직전에 한꺼번에 들이켜는 습관을 줄이면 된다. 목이 마르면 소량을 마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밤중에 소변을 자주 보는 원인이 수분 섭취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립선과 방광 질환뿐 아니라 당뇨병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증상이 계속되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치킨과 라면, 떡볶이처럼 기름지고 맵거나 양이 많은 음식을 먹고 곧바로 누우면 속쓰림과 역류 증상으로 잠에서 깰 수 있다. 저녁 식사와 취침 사이에는 2∼3시간 간격을 두는 게 좋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아침마다 몸이 무겁고 새벽에 자주 깬다면 무작정 수면시간부터 늘려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전날 밤 과식하거나 술을 마시지는 않았는지, 늦은 시간 카페인이나 수분을 많이 섭취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생활습관을 바꿨는데도 피로와 잦은 각성이 계속되거나 심한 코골이, 수면 중 숨 막힘, 아침 두통, 낮 시간 졸림이 함께 나타난다면 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수면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야식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