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무시하는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다.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해 유럽 동맹국들과 뜻을 함께한 트럼프가 이번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칭찬하며 적극 두둔했다.
2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던 중 젤렌스키를 가리켜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며 “적어도 자신의 나라를 계속 지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양쪽(우크라이나·러시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젤렌스키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개인과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에도 후한 평가를 내렸다. “우리 모두는 그(젤렌스키)가 용맹하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단언한 트럼프는 “그에게는 훌륭한 장비, 훌륭한 사람들, 무엇보다 전사들(fighters)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겐 승리를 위한 카드가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점에 비춰보면 180도 달라진 언행이다.
2024년 미 대선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취임 후 24시간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렇게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우크라이나를 박대했다. 이는 ‘러시아가 원하는 요구 사항을 들어주고 전쟁을 빨리 끝내라’라는 취지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트럼프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2025년 2월 트럼프·젤렌스키의 백악관 정상회담 그리고 같은 해 8월 트럼프·푸틴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은 미국이 러시아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와 극심한 언쟁 끝에 백악관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과거 러시아 영토였고 지금은 미국의 한 주(州)가 된 알래스카를 찾은 푸틴은 트럼프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그런데 이달 15∼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는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 회의 의장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우크라이나 주권 및 영토 보전 원칙에 합의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갖고 더 빠른 평화를 우크라이나에 가져올 준비가 돼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오는 7월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 모여 나토 정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트럼프의 전향적 자세가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은 어느덧 4년 4개월을 넘겼다. 이는 1914년 7월28일 시작해 1918년 11월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막을 내린 제1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긴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