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극복하지 마세요”…명의가 말하는 당뇨에 걸리면 좋은 점 [의사소통]

“당뇨는 축복입니다” 명의의 뜻밖의 진단
당뇨 관리의 핵심 원칙은 ‘규칙적인 생활’

 

세계일보 신규 유튜브 코너 <의사소통>은 일상 속 의료 정보를 각 분야 전문의와 직접 소통하며 풀어가는 콘텐츠다. 독자와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질병 예방법과 건강관리 노하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당뇨입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들은 60대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앞으로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왔다. 인터넷에서 본 실명, 신장질환, 뇌졸중 같은 합병증 이야기는 두려움을 더 키웠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음식이었다. 평소 즐겨 먹던 과자와 빵, 달콤한 음료를 줄여야 했고,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할 때도 메뉴부터 신경 써야 했다. 자신 때문에 집안 식단이 바뀌고 가족들까지 불편을 겪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당뇨병 진단이 꼭 절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면 이전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 수도 있다.

 

국내 당뇨병 치료 권위자인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혈당을 조절한다는 것은 단순히 식단 관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활을 조절하는 것”이라며 “당뇨병 환자가 지켜야 하는 식사 원칙은 치료식이 아니라 건강식”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가족들이 ‘아버지 때문에 밥 먹는 게 까다로워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아버지가 먹는 대로 먹으면 가족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가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건강의 혜택을 받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도 마찬가지다. 운동은 혈당을 낮추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체중 관리와 심혈관질환 예방은 물론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 역시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하는 건강 수칙이다.

 

환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약만 먹으면 해결된다’는 믿음이다. 김 교수는 가장 안타까운 환자 유형으로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사람과 약에만 의존하는 경우를 꼽았다.

 

그는 “당뇨병 관리에서 약의 효과는 50%가 채 되지 않는다”며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좋은 약도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개선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당뇨병 초기에 생활습관을 잘 지키기만 해도 약을 끊고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환자들이 많다. 실제로 김 교수가 진료한 환자 가운데 80세가 넘어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합병증 진행을 크게 늦춘 사례도 있다.

 

김 교수는 당뇨병 환자를 ‘건강 전도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들이 실천하는 생활수칙을 일반인들도 함께 따른다면 국가 전체의 건강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뇨병 진단을 받고 좌절한 환자들에게 뜻밖의 조언을 건넸다.

 

“저는 당뇨병을 극복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당뇨병은 건강하게 살라는 몸의 경고이자 축복일 수 있습니다. 당뇨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