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그 수익을 국민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도체 경기 호황이 가져온 이익을 특정 기업이나 계층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국민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노총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반도체 산업 초과세수 공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초과세수는 정부의 예상을 초과해 걷힌 세수입을 뜻하며, 초과이윤은 기업 경영진의 노력과 무관하게 외부 상황 변동으로 발생한 횡재 이익 등을 말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오준호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소장은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세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며 “혁신의 이익이 사회 전체로 흐를 수 있도록 국민배당형 기금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과세수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규모를 넘어 추가로 걷힌 세금을 의미한다. 오 소장은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 등을 연간 100조원 규모로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초기 10년간 발생한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이 같은 방식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 1인당 배당금이 10년 뒤 월 10만8000원, 20년 뒤 월 29만원, 30년 뒤에는 월 62만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특정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별도 기금으로 운용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소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증가한 세수를 전략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초과세수 활용 방식을 규정한 국가재정법 제90조를 개정하거나 국부펀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향후 기업의 ‘초과이윤’ 공유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초과이윤은 기업 경영진의 노력과 무관하게 시장 환경 변화나 산업 호황 등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이익을 뜻한다.
오 소장은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제공하는 세액공제와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 등을 공익 지분 형태로 전환해 국부펀드에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 발전으로 발생한 세수를 단기 지출로 소진하거나 재정 건전성만을 이유로 미래 투자를 외면한다면 국가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배당형 국부펀드를 통해 산업 성장의 결실이 소수에 집중되지 않고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도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미래세대 투자와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회적 논란을 우려해 산적한 문제들을 바꿔나가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미래세대를 위한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초과세수 활용과 관련해 장기 투자 중심의 접근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를) 일반 세수로 취급해서 재정 지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은 재정의 역할을 포기한 행태”라며 “잠재성장률 회복에 장기 투자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기업의 초과 이윤을 배분하자는 사회적 논의에 대해서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서도 기본소득론이 제기되고 현실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먼저 도입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나 기업 유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