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붉은 보라색 점, 그 주위를 둘러싼 붉은 보라색 작은 원 그리고 모두를 감싸안은 겨자색 큰 원이 모여 한 장의 추상화가 됐다. 그림에 집중해 보자. 중앙의 점이 두드러져 보일 때가 있고, 작은 원이 두드러져 보일 때가 있으며, 겨자색 큰 원이 두드러져 보일 때도 있다. 그때마다 마음의 상태 변화가 미묘하게 느껴진다. 마음의 움직임과 그림이 관계를 맺는다.
이번에는 중앙의 점에 시선을 모으고 마음을 집중해 보자. 오늘 겪은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내가 지금 집착하는 모든 것도 떨쳐 버리고,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구나 희망도 잠시 접어 둔 채 중앙의 점으로만 마음이 향하게 하자. 잠시나마 마음이 평온해지고 무언가에 의해 치유받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미국의 색면추상화가 케네스 놀런드의 작품이다. 과녁처럼 보이지만, 놀런드가 선불교에 영향을 받아서 그린 마음의 관조를 돕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선불교는 이론적인 경전 공부보다 참선과 명상 체험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 종파이다. 당시 미국에 선불교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명상과 참선에 관심을 가졌고, 놀런드가 색 면 추상화에 그 정신을 담았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