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끄는 존재들(수나우라 테일러, 송은주 옮김, 오월의봄, 2만9000원)=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의 사막 도시 투손을 배경으로 장애를 입은 생태계와 동식물,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고향 투손의 환경오염이 자신이 앓고 있는 관절굽음증을 유발했다고 보고, 그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는다. 오염의 기원은 다양한 방위산업체들이 전후 호황기였던 1950년대 초반 이 지역 사막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무단 폐기하기 시작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환경파괴를 장애의 문제로 바라보며, 오늘날의 환경 위기를 ‘대규모 생태적 장애화’ 현상으로 규정한다.
종교를 실험하다(조너선 종, 구형찬 옮김, 바다출판사, 2만5000원)=사람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을, 다른 그룹에는 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람’을 2분간 감상하게 했다. 이후 신에 대한 믿음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생각하는 사람’을 본 그룹은 평균 40점, ‘원반 던지는 사람’을 본 그룹은 60점을 기록했다. 캐나다 심리학자 윌 저베이스가 2012년 발표한 이 연구는 분석적 사고가 신에 대한 믿음을 약화한다는 해석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사색적인 자세의 ‘생각하는 사람’을 감상하는 행위가 분석적 사고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행 실험에서도 ‘생각하는 사람’ 그룹은 ‘원반 던지는 사람’ 그룹보다 추론 과제에서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종교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사례를 비롯해 인류의 종교적 본성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과학 실험을 소개한다.
책은 죽지 않는다(이시바시 다케후미, 혜화1117, 2만1000원)=일본의 책방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삶을 이끌어온 ‘책’의 세계를 돌아보며 책의 존재 의미를 이야기한다. 책장 정리 과정을 따라가며 여덟 살 때 만들었던 첫 책, 어린 시절 전차도서관에서의 추억 등을 떠올리고, 책과 함께한 과거와 현재를 되짚는다. 또한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후의 장소로서 서점과 책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조명한다. 이 책은 일본어 원서를 한국어로 번역·출판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한국의 편집자와 일본의 저자가 기획 단계부터 의견을 교환하며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번역 도구를 적극 활용했다. 저자의 최종 일본어 원고를 AI 번역 도구의 도움으로 한국어로 1차 번역한 뒤, 한국어와 일본어에 모두 능통한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와 한·일 번역가이자 작가인 다카세 미나가 감수를 맡았다.
곱게 늙은 절집(심인보, 담앤북스, 2만8000원)=기업이미지(CI) 분야 아트디렉터였던 저자가 10여년간 발품을 팔아 찾아다닌 사찰들을 기록해 2007년 출간했던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진가가 된 저자는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다시 절집들을 찾아 세월의 흔적까지 함께 담아냈다. 불명산 화암사, 팔공산 은해사, 상왕산 개심사, 달마산 미광사, 능가산 개암사 등 크고 작은 산사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인비인(성해나, 한겨레출판, 1만8000원)=소설집 ‘혼모노’ 의 작가 성해나가 선보이는 첫 기담집이다. 기이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뜻하는 ‘기담’의 형식을 빌려 기묘하고 서늘한 분위기의 아홉 편을 담았다. 제목 ‘인비인(人非人)’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존재,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지만 스스로 인간이기를 멈춘 존재를 뜻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선 존재들의 모습을 어제와 오늘, 내일이라는 세 개의 시간축 위에 펼쳐 보이며 죄는 과연 사라지는지,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지 질문을 던진다.
지상의 밤(임선우, 문학동네, 1만7500원)=독창적인 소설 세계를 구축해 온 임선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작품집은 ‘상실’을 중심 주제로 삼았다. 권태기를 겪으며 이별을 결심한 연인, 세상을 떠난 아버지,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 등 구체적인 상실은 물론 삶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감각 같은 추상적 상실까지 폭넓게 다룬다. 표제작 ‘지상의 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의지하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수’가 살아남기 위해 해파리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