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역사적 종전합의”… ‘트럼프 유세장’ 된 美 건국 행사

250주년 개막 연설서 치적 홍보

가수들 보이콧에 직접 연설 나서
美 돌아왔다” 중간선거 세 결집
워싱턴 곳곳 얼굴 새긴 광고판도
“유럽 동맹국들, 응원조차 없었다”
나토 총장엔 이란전 서운함 토로

“독립 250주년을 눈앞에 둔 지금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고 선언하게 돼 매우 기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열린 미국의 건국 250주년 행사 ‘위대한 미국 박람회’ 개막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위대한 미국 박람회’는 미국의 건국 250년을 기념해 미국의 50개주가 워싱턴 한복판에서 16일간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기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행사로, 이 박람회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건국 250주년 행사가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열린 미국의 건국 250주년 행사 ‘위대한 미국 박람회’ 개막 연설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통상 화합을 주제로 하는 건국 기념행사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의식한 듯 자신의 성과를 부각하는 데 치중했다. 특히 국내외 비판이 적지 않은 이란전쟁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지난주 우리는 이란과의 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고 어느 (미) 대통령도 이전에 달성하지 못했던 일을 이뤄내는 역사적 합의에 서명했다”며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고 이것은 끝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은 다시금 자존심과 존엄, 자부심을 가진 나라가 됐다”며 “우리는 미국을 다시 강력하게, 다시 부유하게, 다시 자랑스럽게,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막식은 당초 콘서트 형식으로 기획됐지만, 가수들이 참석을 취소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이날 미국 국가는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여자친구인 가수 알렉시스 윌킨스가 불렀다. 미국의 유명 복음주의 목사로 반유대주의를 경계하는 발언을 해온 젠슨 프랭클린 목사가 나와 대표로 기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 단골로 등장하는 가수 리 그린우드의 노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했다.

이달 초부터 워싱턴 중심부 곳곳에 걸린 건국 250주년 기념 광고판엔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크게 들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역대 가장 화려한 ‘트럼프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혀 독립기념일 행사 역시 ‘트럼프 집회’로 치러질 전망이다.

손 내민 나토 총장… 토라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나토 국가들이 이란전쟁에 도움을 주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고 거듭 밝혔다.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뤼터 총장의 방문은 다음달 7∼8일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연례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란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질문에 답하면서 유럽 동맹국들을 거듭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실망했다. 우리는 이 문제(이란전쟁)에서 전혀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첫 주에 말 그대로 그들(이란)을 붕괴시켰다”면서도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을 차례로 거명하며 “하지만 그들이 ‘우리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단지 그들의 충성심을 원한다. 우리는 그들의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다”며 “작은 응원 내지 격려” 정도를 기대하는데, 유럽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거듭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국방비 증액에 대해서도 “그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지출하기로 6개월 전 동의했다. 그런데 대부분 아직 제대로 지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뤼터 총장은 “실망할 이유가 있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문제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의견이 다르지는 않지만, 약간 그렇다”며 유럽의 입장을 해명했다. 그는 독일이 전쟁 첫날부터 미국과의 양자 간 약속을 이행했다며 “유럽이 미국의 전력 투사 플랫폼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이란 작전 수행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