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일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배달 아르바이트부터 블로그 운영까지 본업 외 수입원을 찾는 이른바 ‘N잡러’들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 문제를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월급 외 추가 수입 찾아 퇴근 후에도 ‘N잡’
직장인들 사이에서 부업은 이미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긱워커 플랫폼 뉴워커가 성인 7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응답자의 48.4%는 현재 부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업을 하는 이유로는 ‘추가 수입 확보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82.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본업으로는 자아실현이 되지 않아 부업을 통해 이루려고’(6.9%),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5.0%), ‘또 다른 직업을 갖기 전 미리 탐색해 보기 위해서’(5.0%)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부업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경험담과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배달 아르바이트의 경우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아 대표적인 부업 선택지로 꼽힌다. 누리꾼 A씨는 “월급만으로는 아쉬워 월 100만~200만원 정도를 추가로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부업에 도전했다”며 “배달은 바로 돈이 들어오고 시작하기 쉬운 장점이 있었지만 생각만큼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았고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재택형 부업도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여러 부업을 해왔다는 누리꾼 B씨는 “블로그 원고 대행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 가운데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아 시작하기 쉬웠다”면서도 “전문 분야가 아니라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현재는 생활비를 보탠다는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 N잡 뒤엔 낮은 임금·고용불안
직장인들의 부업 확산은 우리 사회의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 문제와 맞물려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중소기업에서 부업을 하는 근로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취업자의 88.4%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재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 이상 일부 근로자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임금근로자의 일시휴직 및 부업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부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임금근로자는 3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부업 임금근로자(40만3000명)의 94.2%에 해당하는 규모다.
임금근로자 대비 부업자 비중은 4인 이하 사업장이 2.91%로 가장 높았으며, 5~29인 사업장(1.98%), 30~299인 사업장(1.47%), 300인 이상 사업장(0.70%) 순이었다.
중소기업 부업자 중 임시직 비중은 4인 이하 사업장이 53.5%로 가장 높았고, 5~29인 사업장도 44.3%에 달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안팎에 머물고 있는 처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4인 이하 사업장 비정규직의 월 임금총액은 정규직의 39.6%, 5~29인 사업장은 50.2%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성 강화 등 소기업 임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단순 급여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투자에 필요한 자본과 시간,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결국 노동을 통해 추가 소득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할 기회를 확대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