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비신부 죽음으로 내몬 충격적인 소방서 직장 갑질

예비신부였던 소방관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갑질 행태가 충격적이다. 그제 발표된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A소방교(당시 28세)는 사망 직전 15개월간 24회나 음주 회식을 강요받았다. 때로는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노래방, 나이트클럽 등지로 끌려다녔다. 술자리에 늦게 왔다는 이유 등으로 ‘폭탄주 원샷’ 등을 수차례 강요받았으며,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오빠라고 불러라’ 등 성희롱에도 시달렸다. 전임 서장의 가족 장례 챙기기, 상사의 차량 운전 등 사적인 노역에도 수시로 동원됐는가 하면 휴가로 해외여행을 떠날 때는 술·커피 등을 사 오라는 상사의 노골적인 요구까지 받았다. 소방서에서 이런 후진적 직장 문화가 여전히 활개 치고 있었다니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제로 근무하는 소방관의 명예에 먹칠을 한 사건이다.

소방당국의 몰염치한 사후 대응은 공분을 자아낸다.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요청에도 조사 없이 고인의 죽음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생전 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지목된 부서장이 실무를 맡았다고 한다. 상급 관서인 광주시소방본부는 조사 요청을 접수해놓고도 광산소방서 자체 조사 결과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방치해왔다. 소방청도 안이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 하나같이 진상 규명 요구를 묵살했는데, 이런 폐쇄적인 문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조차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광주소방본부는 피해자 사망 후 작성한 면직 인사 관련 공문서에 약혼자와의 문제가 죽음과 관련 있는 것처럼 왜곡하는 등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다. 공문서도 대국민 공개 상태로 노출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17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하는 한편 퇴직자 2명과 광산소방서의 위법행위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책임자·가담자 모두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소방청은 파문이 확산하자 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조사해 감찰기능 보완, 공익제보 창구 활성화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뒷북 대응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