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수술·처치 수가 10% 올린다

25년 만에 최대 규모 건보 개편

CT·MRI 등 과다 검사비 줄여
지역·필수의료에 年 3.6조 투입
중증·응급에 연간 9000억 지원
의원급 초진 진찰료 6% 인상도
“환자 부담 진료비 늘지 않을 것”
의협선 “현실성 없는 개편” 반발

정부가 무너진 지역·필수의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 비수도권에 ‘지역우대수가’를 적용하는 등 연 3조6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등은 과다 지출을 줄여 연 2조6000억원을 절감할 방침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그간 건강보험 보상 구조는 검사 분야는 후하게 쳐주고, 진찰·입원·응급수술·분만 등의 필수진료는 보상이 작아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건정심 산하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의과 분야 수가 6000여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률은 190%, CT·MRI 등 검사는 194%에 달했다. 반면 진찰·입원·응급 최종치료 등은 원가보다도 낮은 수익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도입된 200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개편에 나섰다.

우선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에 연 4000억원 규모의 지역우대수가를 적용한다. 비수도권과 인천 서북권·중부권, 경기 의정부권·남양주권 등 수도권 취약지 6개 진료권에서는 수술·처치 수가에 10% 가산이 붙는다.

 

중증·응급 최종치료에는 연간 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증수술·시술 1600여개에 관한 보상을 20% 강화하고 야간·휴일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수술 수가는 최대 5.5배까지 올린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반복되는 고위험 임신부의 ‘응급실 뺑뺑이’ 등 분만 인프라 붕괴와 소아과 대란을 막기 위해 소아·분만 분야에도 총 3000억원을 별도 투입한다. 임신·분만 수술 및 처치 수가를 높이고, 제왕절개 고위험 분만 가산도 신설한다.

 

기본진료 보상도 오른다. 의원급 진찰료는 초진 6%, 재진 4% 인상된다. 병원급 이상은 초·재진 모두 2% 오른다.

 

막대한 건보 재정을 지역·필수의료에 투입함과 동시에 과보상됐던 검사 분야는 수가를 낮춰 지출을 효율화한다.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는 190%에 달하는 비용 대비 수익 수준을 150%로 낮춰 연간 1조7000억원을 절감한다. 위탁검사의 경우 검사료의 10%를 위탁관리료로 산정하는 제도를 폐지해 2000억원의 지출을 줄인다. CT·MRI 수가도 비용 대비 수익이 기존 200%에서 150%로 낮아지도록 해 연 7000억원을 절감한다.

 

복지부는 환자의 본인 부담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고위험 분만이나 신생아 중환자실 이용의 경우 현재도 본인 부담금이 없다. 새로 추진되는 지역우대수가에도 환자가 별도 부담할 비용은 없다”며 “CT·MRI 등 검사비가 절감돼 본인 부담도 함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필수의료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보험료 수익 기반 확충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데 보험료율도 약간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무 준비를 거쳐 대부분의 개편안을 12월 시행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이날 검사 분야 수가 하향에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검체검사와 영상검사를 과보상 영역으로 단정짓고 대규모의 수가 조정을 강행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의료기관에 전가되는 데 반해, 보상 방안은 현실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