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전술적으로 한국보다 조금 나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차이도, 슈퍼컴퓨터의 승부 예측도 양 팀 스태프의 차이를 다 담아내진 못했던 걸까. 한국을 조3위로 떨어뜨리고 자력 32강 진출을 이끌어낸 휴고 브로스 남아프리카공화국 감독이 자신의 전술로 홍명보호를 쓰러뜨렸다고 자평했다.
남아공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오직 승리할 때만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남아공은 이로써 조 2위가 돼 자력으로 토너먼트 진출을 이뤘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우세를 예견했다. 남아공의 경기 전 FIFA 랭킹은 59위로 한국(24위)과 차이가 컸다. 한국은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이미 1승 1패 상황이라 무승부만 거둬도 32강 자력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남아공은 전반부터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로 한국을 압박했고, 제풀에 지친 한국은 전반 침묵하더니 후반 기어이 선제골을 내줬다. 한국은 뒤늦게 만회골을 노렸으나 별다른 반전은 없었다.
한국은 나름대로 변칙을 시도했지만, 남아공은 한국의 모든 수를 읽고 있었다. 한국은 이날 손흥민(LA FC)과 이재성(FSV 마인츠)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대신 오현규(베식타시)를 최전방에 놓고 황희찬(울버햄튼)이 측면 지원을 하게 했다. 앞선 경기에서 활약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프리롤로 공격진 사령탑을 맡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이 이전같지 못했다. 이강인의 패스가 무뎌지자 한국의 공격은 그대로 침묵했다. 그저 남아공 선수들에게 압도당하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허무하게 끝났다.
브로스 감독은 경기 후 “오늘 한국은 예상한 대로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브로스 감독은 “스피드있는 팀이고, 많이 뛰며 수비 뒤 공간을 찾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좋은 분석관을 두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공을 가졌을 때는 모든 공간을 막고, 공을 빼앗은 뒤에는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공간을 찌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공을 가졌을 때 모든 공간을 커버하는 데 성공했다”며 “반면 우리가 공을 가졌을 때는 위협적이었다. 빠른 선수들이 있었고, 선수들 사이로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선수도 있었다. 그게 오늘 이긴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도 빠른 팀이라고 했으나 스피드에서도 앞섰고, 한국의 노림수를 통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후반 한 점 덕에 이기긴 했지만, 스코어 이상으로 남아공이 더 좋은 경기를 했다는 만족감도 숨기지 않았다. 브로스 감독은 “전반에 이미 기회가 있었다. 하프타임 때도 선수들에게 계속 ‘믿자’고 했다. 전반처럼 계속 플레이한다면 기회가 왔을 때 득점해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며 “그리고 그렇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날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대응은 다소 늦었다. 파격적인 라인업이 전반 효과를 보지 못하자 홍 감독은 후반 손흥민과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투입했다. 결승골을 내준 후엔 조규성(미트윌란) 등을 투입해 공격 강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브로스 감독은 “실점 후 한국이 동점을 노려야 해 절박해졌지만, 우리가 좋은 포지션을 잡은 덕에 정말 위협적인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1년 부임한 브로스 감독은 그간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국내 비판을 들었으나 5년 차인 올해 드디어 32강 진출을 이뤄냈다. 남아공 축구 역사상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로스 감독은 “그간 비판을 많이 받았고, 사람들은 내가 뭘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비판이 매우 거셌지만, 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선수단이 이미 나에게 많은 것을 줬기 때문”이라며 공을 돌렸다.
브로스 감독은 “선수들은 우리가 좋은 팀임을 모두에게 증명하고 싶어 한다”며 “최대한 오래 남고 싶다. 16강에 진출한다면 더욱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은 오는 29일 오전 4시(한국시간) 개최국 캐나다와 32강 맞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