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재판부 기피를 신청해 중단됐던 윤석열(사진)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 항소심 재판이 한 달만에 재개됐다. 대법원이 기피 신청을 최종 기각하자 공판이 다시 열린 것이다.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며 2심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은 25일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 심리로 열린 내란 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나머지 피고인들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이들 4명은 지난달 14일 항소심 첫 공판 전후로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기피 신청을 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서울고법 형사12-1부가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도 사실상 유죄로 인정했다는 이유를 댔다. 대법원은 12일 기피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내란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 이유를 밝힌 뒤 1심의 무기징역형이 너무 가볍다며 당시 구형량과 같은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1심 구형과 같은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1심에서 각 징역 30년,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특검팀은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당시 재판장 지귀연)가 12·3 비상계엄의 준비 시기와 목적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노상원 수첩’ 속 메모 등 주요 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아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가 ‘법률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이 곧 내란죄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한 점 역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반하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국정 난맥상과 거대 야당의 횡포에 따른 헌정 파괴 위기를 알리려는 의도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메시지성 계엄’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변호인은 “몇 시간만 지속된 비상계엄은 상식과 법에 비춰봐도 내란이 될 수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장기간 유지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소규모 병력을 투입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위법 수사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다시 폈다.
향후 항소심 재판의 핵심 쟁점은 노상원 수첩의 증명력 인정 여부와 윤 전 대통령 등의 비상계엄 모의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준비계획과 실행 후 조치사항이 담겼다는 해당 수첩을 근거로 비상계엄 모의 시기를 2023년 10월로 판단했지만, 1심 재판부는 수첩의 작성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 계엄을 결심했다고 봤다.
하지만 22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한 같은 법원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수첩의 증명력을 인정하고 계엄이 적어도 2023년부터 준비됐다는 판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