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다툰 멜로니, 마크롱에 접근… “외교 고립 탈피 노력”

이탈리아·프랑스 관계 개선 시도
미국 독주에 맞선 양국 연대 과시

2022년 취임 이후 줄곧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서먹한 관계였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모처럼 마크롱와 단둘이 만나 우애를 다졌다. 마침 미국·이탈리아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상황이어서 멜로니의 외교 행보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프랑스 정상회담을 위해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앙티브를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오른쪽)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환영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는 이날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앙티브를 방문해 마크롱과 정상회담을 했다. 핵심 의제는 연말 활동을 끝내고 해산하는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을 대체할 새로운 다국적 연합 결성이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럽연합(EU) 및 유엔과 조율해 UNIFIL 이후를 위한 연합의 출범을 추진한다”며 “레바논 주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은 반(反)이스라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세력 소탕을 명분 삼아 수시로 레바논을 공격하는 통에 레바논 안보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UNIFIL은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면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완충 노릇을 해왔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은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UNIFIL의 철군을 촉구했다. 미국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안보리는 결국 ‘UNIFIL의 활동은 오는 2026년 12월 31일 종료한다’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따라서 멜로니와 마크롱의 이날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저항의 성격이 짙다.

 

멜로니는 지난 프랑스 에비앙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와 서로 등을 돌린 상태다. 트럼프가 “회의 도중 멜로니 총리가 ‘나와 사진을 찍자’며 애걸복걸했다”고 발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멜로니가 “완전히 날조된 거짓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탈리아·미국 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앙티브를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운데)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을 관람하며 미술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멜로니가 오랫동안 냉랭하게 지낸 마크롱과 손잡은 것 자체가 고립을 피하기 위한 외교 전술의 일환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멜로니와 마크롱은 여성의 낙태 허용 문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 대처 문제 등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며 한때 국제회의 등에서 서로 말도 안 섞고 피해 다닐 만큼 사이가 벌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멜로니는 “그간 마크롱 대통령과 소원한 관계 아니었느냐”는 물음에 “(마크롱 대통령과) 견해가 맞지 않을 때도 있었으나 완전히 ‘냉각기’였던 적은 없다”며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 간의 진지한 관계”라고 답변했다. 마크롱도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말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