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유가 흐름을 반영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고유가 충격으로부터 민생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 제도를 유가 하락 흐름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취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이같은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국내 주유소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전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 평균은 2천7원, 경유 가격 평균은 1천998원으로 지난 4월 이후 석 달째 2천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 전 1천500∼1천6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괴리가 크다.
이처럼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차' 때문이다. 주유소들이 통상 2∼3주 간격으로 제품을 공급받다 보니 전 단계의 비싼 재고가 먼저 소진돼야만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가 설정한 석유 최고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묶여 있는 점도 가격 하락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급격한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3월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폭등세를 나타내자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석유 최고가격은 지난 3월 27일 시행된 2차 조정 때 유종별로 L당 210원씩 상향 조정된 이후 석 달 가까이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휘발유 1천934원, 경유 1천923원, 등유 1천530원이다.
이처럼 석유 최고가격제는 도입 당시에는 국내 유가 폭등을 막는 '방어선' 역할을 했지만, 국제유가가 떨어진 지금은 오히려 국내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도록 떠받치는 지지선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제도 도입 취지였던 민생 물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을 낮춰 소비자 체감 가격인 주유소 판매가격의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석유류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 조정을 포함한 보다 과감한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해가야 한다"며 민생 안정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역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유가 수준은 전쟁에 대비해 내려온 상황이라 어느 정도 최고가격 자체를 내릴 유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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