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가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본격화하면서 찬반 논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가당음료에 설탕부담금을 부과하면 부담금 규모가 연평균 최대 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6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윤∙정태호 의원과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등이 주최한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연구진은 이날 설탕부담금에 따른 부담금 추계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2021∼2025년 국내 생산∙수입 가당음료를 대상으로 200여개 품목을 선별하고 서울대 윤영호 교수,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설탕부담금 제안 방안에 각각 적용해 설탕부담금 규모를 추산했다.
해당 방안들의 부과 기준에 따라 연평균 부담금은 4274억원에서 최대 9322억원으로 산출됐다. 부과 기준별로 보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방식의 가격 기준을 적용할 경우 연평균 부담금은 9322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윤 교수는 음료 100㎖에 당 함량이 5g 미만이면 부담금 면제, 당 5g 이상∼10g 미만 250원, 10g 이상 500원을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 발의안은 당 5g 미만 면제, 5g 이상∼8g 미만 225원, 8g 이상 300원을 부과하도록 한다. 이 의원 발의안은 1g 미만 10원부터 10g 이상 280원까지 당 함량 구간을 1g마다 세분화해 부과한다. 추계 결과 윤영호 교수안에 따른 설탕부담금은 연평균 9090억원, 김선민 의원안 6789억원, 이수진 의원안 4274억원으로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추정 결과의 한계로 “가격탄력성을 고려하지 못한 단순 추산이며, 최근 수년새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 ‘제로당(인공감미료)’ 음료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찬성”
전문가들은 설탕부담금을 도입할 경우 함량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계에 참여한 송승주 수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먼저 설탕부담금을 도입한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은 함량 기준인 점과 음료 유통 단계 등을 고려하면 가격 기준보다 함량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조사를 보면 설탕부담금 도입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1%가 도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소득이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동의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 458개 품목 중 가당음료와 관련성이 높은 청량음료의 가중치는 1000분의 1.6 수준이다. 부담금 부과로 소비자 가격이 20% 오른다고 가정해도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032%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사업단은 당류음식의 과다 섭취가 비만, 제2형 당뇨, 심혈관질환 등 건강 문제를 유발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경제적 비효율성을 교정하기 위한 부담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대 더 많은 조사도…“대체소비 이어질 것”
다만 설탕부담금 도입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당음료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다른 고열량 식품으로 이동하는 ‘대체소비’가 이뤄져 건강 개선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세율이 높아지는 만큼,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저소득층에 전가된다는 지적도 있다.
설탕부담금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은 조사도 제시된 바 있다. 지난 3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탕부담금 논의와 소비자 인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가당음료 부담금 찬성은 38.3%, 반대는 40.0%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가당음료 부담금 부과 시 다른 당류식품 소비로 대체하는 것을 우려하는 응답자는 68.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