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메모리 품귀가 이어지면서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의 여파가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으로 번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맥 제품군 가격을 대거 올린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엑스박스 콘솔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25일(현지시간) 애플은 아이패드와 맥북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애플 온라인 매장에 게시된 가격 정보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100달러(약 15만원), 아이패드 에어는 150달러, 아이패드 프로는 200달러씩 올랐다. 맥북 프로는 1999달러로 300달러 올랐고, 맥북 에어는 1299달러로 200달러 인상됐다. 아이폰·애플워치·에어팟 가격은 유지됐으나 애플은 추가 제품으로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애플은 블룸버그통신에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으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며 “부품 가격이 이토록 급격하게 오른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고객을 이 같은 가격 인상으로부터 보호해왔으나 이제는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최근 메모리 수급 상황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MS도 메모리 비용 상승을 이유로 엑스박스 게임 콘솔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MS는 오는 8월1일부터 512GB 저장 용량의 엑스박스 시리즈S 콘솔 가격을 100달러 인상한 약 500달러에 판매한다. 1TB 모델은 약 150달러 오르고, 2024년 도입한 2TB 모델은 단종된다.
MS는 블로그 게시글에서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엑스박스 콘솔 가격을 20∼70달러 인상했다”며 “추가 가격 인상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랐고, 지난 몇 달 동안 공급업체와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콘솔 저장장치와 메모리 가격이 2.5배 이상 올랐고, 2027년 가을까지 두 배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전제품 업계 전반이 부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콘솔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MS는 콘솔이 일반적으로 제조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구조라는 점도 가격 인상 배경으로 들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스피커 등 다른 소비자 기기와 달리 게임 콘솔은 기기 판매보다 게임과 구독 서비스 매출을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아 부품값 급등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일반 소비자 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제품에 우선 배분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게임 콘솔 등에 쓰이는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었고, 그 결과 부품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