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하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자력 32강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레전드들과 전 국가대표 골키퍼까지 가세하며 대표팀을 향한 비판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경기력뿐 아니라 전술, 운영, 선수 기용 전반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며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날을 세운 것은 이천수였다. 그는 유튜브 채널 ‘리춘수’ 라이브 방송에서 이근호, 이을용 등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뒤 “선수 시절에는 온몸에 쥐가 나도 끝까지 따라붙었다. 그런데 오늘은 상대가 쉽게 돌파하는데도 끝까지 압박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어 “가장 실망스러운 건 투지였다”며 “월드컵은 기술 이전에 정신력의 무대인데 그 부분이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드러난 태도 문제를 핵심으로 꼽았다.
안정환은 가장 강한 수위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월드컵에서 이렇게 답답한 경기는 또 없었다. 참혹했다”고 표현하며 대표팀 경기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전술 자체를 느낄 수 없었다”며 “결국 팀을 만드는 건 감독이고, 어떤 성적을 내든 경기 내용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된다”며 대한축구협회(KFA)까지 포함한 구조 개편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다만 특정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난에는 선을 그으며 균형도 함께 강조했다.
이을용 역시 현장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본 입장에서 쓴소리를 보탰다. 초반에는 “습도가 높아 체력적으로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며 선수단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기류는 바뀌었다. “움직임이 반박자 늦다”, “수비가 전부 늦는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미드필더가 상대를 잡지 않는다”, “전반 7~8분만 뛰고 이후에는 안 뛴다”는 발언까지 나오며 경기력 저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환경적 요인으로 시작된 설명은 결국 경기 내용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영표 역시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미드필더진의 패스 과정에서 실수가 많아 경기 흐름이 계속 흔들렸다”고 평가하며 “대표팀이 과거 보여주던 기동성과 압박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독의 선발 의도는 이해하지만 경기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며 전술 실행력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짚었다. 또한 중앙에서 볼을 받아줄 자원이 부족했다고 분석하며 공격 구조의 단조로움까지 지적했다. 수비 핵심 김민재의 부상 이탈 이후 조직력 붕괴도 경기 흐름을 결정적으로 흔든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까지 가세하면서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김영광은 유튜브 채널 ‘나 김영광이오’ 라이브 방송에서 “전적으로 감독 책임이다. 이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처음 베스트 멤버부터 문제가 있었고 교체 상황에 대한 변수도 고려되지 않았다”며 “시작부터 꼬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손흥민의 선발 제외를 두고는 더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김영광은 “왜 갑자기 명장병에 걸려서 손흥민을 베스트로 쓰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풀타임을 쓰기 싫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3일 안에 새 감독을 찾아야 한다”며 사실상 경질을 주장했고, “이 정도 경기력은 팬과 국민을 기만하는 수준”이라며 강한 표현으로 책임론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