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으로 대규모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국세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산당국 수장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학령인구의 변화를 교부금 산정에 반영하겠다는 구체적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교육계에서는 “학교 현장의 실제 운영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학령인구 등의 지표를 반영해 교부금 규모를 정하는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72년부터 유지된 교부금 연동제는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예 비례하는 교부금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학령인구 감소 등의 상황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022년 기준 초등교육은 1만9794달러, 중·고교 교육은 2만5267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았다. 반면 학령인구는 교부금이 도입된 1972년 1073만명에서 올해 492만2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저출산이 가속한 최근 10년 사이 교부금은 2016년 43조1615억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76조4381억원으로 3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박 장관은 교부금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교부금 개편의 5개 원칙을 제시했다. 교부금 총액이 예년보다 줄지 않게 하고 학생 1인당 배분액을 매년 늘리며, 세수 변동성으로부터 초·중·고교 재정의 안정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또 대학 교육·평생 학습·영유아 교육 등에 골고루 재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학령인구의 변화를 반영하겠다는 마지막 원칙도 분명히 했다.
교육계에서는 교부금 개편 움직임에 반대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앞서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등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는 학교 현장의 실제 운영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승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전날 열린 2026 교육정책 포럼에서 “교부금은 교육청이 중앙정부의 허락 없이 독자적인 정책을 시도할 수 있게 해준 재정적 토대였다”며 “전국적인 무상급식, 혁신학교의 확산, 돌봄 확대나 방과후 프로그램과 같은 정책은 모두 이 교부금 제도가 있었기에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부금의 구조가 바뀌는 것은 개별 정책 한두 개의 재원 문제가 아니라 교육청이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재정적 토대 자체를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교부금을 개편해도) 교부금 총액이 예년보다 줄어드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개편은 초·중등 교육의 재정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의 교실과 대한민국은 오늘과 같지 않기에, 한정된 재원이 가장 절실하고 더 효과적인 곳으로 흐르도록 그 물길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처는 7월 중순으로 전망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부금 개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