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당선인, 취임식도 ‘긴축’…도민과 대담으로 대체 [오상도의 경기유랑]

7월1일 도청 다산홀서 ‘타운홀 미팅’ 70분…불필요한 의전·내빈 대폭 축소
“곳간 비었다”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예고…인수위는 30일 조기 해산
퇴임 앞둔 김동연 지사, ‘기우회’서 感懷…“3년간 100조 투자 유치 등 모범”
공직자 인사로 퇴임식 대체…2022년 취임식도 집중 호우 피해로 건너뛰어

민선 9기 경기도정의 개막을 앞두고 당선인과 현직 지사 모두 ‘조용한’ 입·퇴장을 선택했다.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예고한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도의 재정 상황을 ‘파탄 지경’으로 진단하며 임기 시작을 알리는 취임식부터 의전을 배제한 ‘긴축형 타운홀 미팅’으로 치르기로 했다. 30일 퇴임하는 김동연 지사 역시 도청 실·국을 돌며 함께 일했던 공직자들과 인사하는 것으로 퇴임식을 대신할 예정이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이 25일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에서 열린 도정 현안회의 3일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준비위 제공

◆“7조 채무 안은 파탄 지경”…취임식부터 ‘의전 거품’ 뺐다

 

26일 추 당선인의 인수기구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경기준비위)에 따르면 민선 9기 도지사 취임식은 다음 달 1일 오전 10시 경기도청 1층 다산홀에서 비용을 최소화한 대담회 형식으로 열린다.

 

이번 취임식은 기존의 화려한 내빈 초청이나 권위주의적 의전 행사에서 탈피해, 도민들과 날것의 목소리를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약 70분간 진행된다.

 

특히 전체 식순 중 40분을 청년 30명, 학부모 20명 등 도민 대표 50명과의 자유 대담에 할애했다. 교통, 주거, 복지, 인공지능(AI) 등 굵직한 민생 현안에 대해 당선인이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준비위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의 채무가 약 7조원 수준에 이른다”며 “당선인이 강조해 온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과 재정 긴축 기조를 취임식에서부터 몸소 실천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추 당선인의 성향은 인수위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5일 출범한 경기준비위는 법상 임기 시작 후 20일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첫날인 오는 30일 공식 해산한다. 취임과 동시에 도청 정규 조직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도정을 장악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당선인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퇴임을 앞둔 김동연 경기지사가 26일 마지막 기우회 월례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동연 SNS 캡처

◆김동연 지사 조용한 퇴장…“경기도는 대한민국의 모범”

 

임기 종료를 앞둔 김 지사는 26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경기지역 기관장 모임인 ‘기우회’ 월례회에 참석해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 도정을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3년간 100조원 투자 유치, 반도체 클러스터 지하 전력공급망 추진, 360도 돌봄, 더(The) 경기패스 등의 성과를 내세웠다.

 

김 지사는 “(탄핵당한) 윤석열 정부 시절 기후 대응과 사회적경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기도가 ‘망명정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도의 정책이 10개 넘게 전국으로 퍼지며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자부했다.

 

이런 김 지사는 도청 실·국을 돌며 직원들과 인사하는 것으로 퇴임식을 대신할 예정이다. 

 

그는 취·퇴임식을 모두 건너뛴 도지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취임 당일이던 2022년 7월1일 도민 소통행사를 기획했으나 당시 경기지역을 휩쓴 집중 호우로 도청 재난안전상황실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한 바 있다.

 

이날 기우회 월례회에 함께 자리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역시 “선거 결과는 모두 제 몫”이라며 퇴임 소회를 전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 두 번째)와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왼쪽 두 번째)이 2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25전쟁 제76주년 기념식에서 함께 웃고 있다. 연합뉴스

◆‘기회’ 지우고 ‘든든’ 심는다…정책 주도권 교체 신호탄

 

전·현직 지사 간의 행정 철학 차별화는 향후 복지 정책 개편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경기준비위 미래농어업혁신특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선 8기의 핵심 상징이었던 ‘농어민 기회소득’을 추 당선인의 슬로건을 반영한 ‘농어민 든든소득’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명칭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득 지급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기회소득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특정 ‘대상’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새롭게 설계되는 든든소득은 농업 분야의 공익 활동이나 농촌 공동체 유지 활동 등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다.

 

준비위는 이외에도 경기농축산AX플랫폼 및 AI 온라인 거래지원 플랫폼 구축 등 도정 전반에 AI·디지털 기술을 접목한다는 구상을 함께 내놨다.

 

전임 지방정부의 색채를 지우고 ‘추미애표 실용주의 행정’을 심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면서, 거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미래 4년을 향한 권력 이양 역시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