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닌 캐나다, 2027년부터 ‘유로비전’ 가요제 참가

대미 의존도 낮추고 EU와의 결속 강화 차원
트럼프에 맞서는 카니 총리가 아이디어 냈다
유럽방송연맹, “우리는 더 강해질 것” 환영

캐나다가 오는 2027년 제71회 유로비전(Eurovision) 가요제에 참가할 길이 열렸다. 비록 유로비전 대회는 유럽 대륙 국가들의 음악 축제이나, 대회를 주관하는 유럽방송연맹(EBU)은 비(非)유럽 국가들에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총리 관저 개보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년 3월 취임한 카니는 이웃 나라 미국에 대한 캐나다의 의존도를 줄이고자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이날 EBU의 정회원 자격을 얻음에 따라 캐나다 가수가 유로비전 가요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매년 1회 유럽 국가들 가수가 한데 모여 음악적 재능과 실력을 겨루는 경연 대회다. 1956년 시작해 올해 70주년을 맞았고, 내년 71회 대회는 동유럽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열린다.

 

캐나다의 유로비전 참여는 마크 카니 총리가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5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웃 나라 캐나다에 영토적 야심을 드러내며 대놓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Governor)라고 각각 불렀다. 고율의 관세 부과로 캐나다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이에 카니는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대한 캐나다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유럽연합(EU)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캐나다가 지역적으로 북미에서 벗어나 유럽의 일부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캐나다 퀴벡주 출신의 세계적 가수 셀린 디옹. 그는 1988년 유로비전 경연 대회에 스위스 대표로 출전해 우승했다. 게티이미지

EBU는 유럽 국가들의 공영방송 또는 국영방송 기업을 회원사로 거느린 국제기구다. 자국 방송사 가운데 EBU에 정회원으로 가입한 곳이 있는 나라들은 유로비전 출전권을 얻는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호주는 유럽 밖에 있지만 각국의 대표 공영방송이 EBU 회원사로 활동하기 때문에 매년 유로비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1980년에는 모로코도 이 같은 방식으로 유로비전 가요제에 자국 가수를 출전시킨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CBC의 EBU 가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회원비 등 명목으로 1억5000만캐나다달러(약 1624억원)의 예산을 CBC에 지원했다고 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EBU의 노엘 쿠란 사무총장은 “캐나다의 목소리는 유럽 지역 사회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아직 캐나다가 유로비전 가요제에 참여한 적은 없으나, 캐나다 가수가 다른 나라 대표로 경연에 출전한 사례는 있다. 캐나다 퀴벡주 출신 셀린 디옹(58)이 1988년 스위스 대표로 참가해 우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1년과 2023년에도 캐나다의 프랑스어권 출신 가수가 프랑스 대표로 경연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