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을 넘어 과속 질주하다 한국을 여행 중이던 일본인 9개월 영아를 숨지게 한 79세 택시기사가 1심에서 징역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을 엄중히 지적하면서도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와 깊은 반성 태도를 감형의 핵심 근거로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김형석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79세 강모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사회봉사 40시간과 준법운전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법원은 “강씨가 제한속도를 크게 초과해 운행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연쇄 충돌을 유발하고 결국 승객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강씨가 자신의 과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피해를 입은 유족 전원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또 강씨가 과거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도 유리한 정황으로 고려됐다.
비극적인 사고는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6시 54분쯤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강씨가 몰던 택시는 중앙선을 넘어가 마주 오던 반대 방향 승용차와 강하게 충돌했다.
사고 당시 해당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50km였으나 강씨는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 뒷좌석에는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온 일본 국적의 20대 부부와 생후 9개월 된 딸이 탑승해 있었다.
부부는 이 사고로 각각 전치 10주와 12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함께 탄 9개월 아기는 사고 직후 의식을 잃었으며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약 한 달 뒤인 11월 19일 끝내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경찰의 초기 사고 경위 조사에서 강씨는 차량의 급발진 결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와 조사가 진행되자 속도를 줄이려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을 번복하며 본인의 운전 조작 실수를 시인했다.
사고 당시 강씨는 음주 상태이거나 약물의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이 기소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 범죄다.
재판부는 유족 합의 상황을 고려해 강씨를 불구속 기소 상태로 재판해 왔다. 이번 판결은 중앙선 침범과 과속이라는 명백한 12대 중과실이 겹쳐 무고한 영아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