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남 ‘삼전닉스’ 반도체 투자 추진…野, 맹공

이준석 “어떤 인재가 가겠나”·한동훈 “거부해야”
사진=뉴스1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워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추진하자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야권은 생산 인프라와 전문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책의 실효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동시에 기업의 자율적 투자 결정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400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잇따라 회동하며 투자 논의를 구체화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 대표는 “삼전닉스가 없었다면 이재명은 뭐로 버텼을까”라며 “주가도, 수출도, 성장률도 삼전닉스만 붙잡고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렵던 시절 버티다 간신히 반도체 빛 좀 보는데, 이것저것 다 뜯기고 있는 삼전닉스도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에 가세했다.

나 의원은 “기업 이사회가 치열하게 결정해야 할 산업 입지를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언하고 대통령이 하명했다”며 “이재명 정권의 강제 갈취는 기업에도 호남에도 결코 도움 되는 선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인프라 구축의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다.

이 대표는 “반도체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지는 정권이 정하면 안 된다”며 “전력, 용수, 송전망, 협력사, 인력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용인조차 첫 팹 가동까지 6년이 걸렸다”며 물리적 시간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이 대표는 “정말 기업이 자율로 판단하는 거라면 정권은 입을 닫고 있으면 된다”며 “자율이라면서 신호는 청와대가 보내고 생색은 여당이 낸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산업적 쟁점을 정확히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프라 공급 속도는 반도체 사업 성패의 핵심 관건이다.

 

용인 클러스터의 경험이 호남 신규 클러스터에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실제 투자 발표가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적 공백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기업 이사회의 배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 의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정권은 전당대회에서 총알로 쓰기 위해 삼성, SK 총수를 줄줄이 불러들여 반도체 제2 클러스터를 호남에 지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압에 굴복한 총수들이 응할 경우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투자 결정이라고 호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과거 국정농단 사건에 빗대어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한몫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한 개정 상법상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역이용해 공세를 폈다.

 

한 의원은 “수백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주들이 찬성할 리 없는 이 일에 이사들도 다수 주주를 위해 강압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치 압박에 굴복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면 위법으로 이사들이 그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단호히 반대해야 하며, 그로 인한 보복과 탄압이 있다면 우리가 앞장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의 파상 공세에 정부와 여당은 정면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반발을 “특정 지역 배려라며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이번 투자가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국가 균형발전과 핵심 산업 경쟁력을 위한 필수적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호남과 충청을 아우르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고 지방으로 가는 것이 절대 아니라,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35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며 관련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토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한다. 이어 30일 광주를 방문해 서남권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