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8일 인공지능(AI) 시대와 관련해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프레임으로는 지금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수 없다”며 “소모적인 논쟁과 끝없는 절차에 발목이 잡힌다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열릴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앞두고 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연일 부각 중인 가운데 김 정책실장도 정치적 논쟁이 아닌 반도체 생산능력 제고에 힘을 쏟을 때라는 점을 강조하며 뒷받침에 나선 셈이다.
김 실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여러 경제지표를 언급한 뒤 “정책을 하면서 이런 숫자를 마주하는 일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다. 아니 한 세대에 한번, 어쩌면 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이런 시대를 맞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과거의 성공 경험과 인식의 틀을 내려놔야 한다.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프레임으로는 지금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우리의 공론장은 여전히 과거를 붙잡고 있다”고 썼다.
김 실장은 이념·가치논쟁이나 정치공방보다도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문제는 ‘앞으로 국민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하는 문제라면서 “반도체는 더이상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 호황기의 세 가지 과제로 ‘생산’·‘유동성’·‘청년’을 꼽았다. 생산과 관련해서는 “AI시대의 승부는 결국 얼마나 많은 최첨단 반도체를 얼마나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더 많은 팹을, 더 빨리 지어야 한다. 생산능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라고 했다.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특별호황은 엄청난 부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 몰리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산업에서는 승리했지만 사회에서는 실패하는 역설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AI는 모두를 함께 부자로 만들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은 산업은 엄청난 부를 얻겠지만 그렇지 못한 산업과 직무는 더 큰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결국 가장 큰 충격은 청년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호황의 시대에 청년이 절망한다면 그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라고 썼다.
김 실장은 “생산을 늘리면서도 초과 유동성을 생산적인 곳으로 흘려보내고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통상적인 접근으로는 어렵다. 국가 차원의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연장선에서 수도권 밖 대규모 반도체 팹 클러스터는 매우 강력한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아니다. AI시대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산업정책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