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대미 투자는 국내 투자와 대체 관계 아냐... ‘블루오션’” [인터뷰]

① 대미투자
정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한강로 포럼’ 강연자로 나서 ‘세계 경제질서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주제로 한국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포럼에서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직면한 도전 요소를 진단하고, 전략적 선택 방향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조지아공과대 경제학부 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공동 회장 등을 역임했다. 강연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최상수 기자

①대미 투자

 

정 원장은 지난 18일 공식 출범한 대미 전략적 투자 전담기구인 한미전략투자공사와 관련해 “한국 경제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 원장은 공사가 전담할 대미 투자 3500억달러에 대해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는 것과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대체관계냐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에 투자할 기업에 한국에 하라 하고 그렇게 생산을 더 많이 해도 그걸 어디에다 팔 거냐, 미국은 관세를 때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나라도 죄다 자국 산업 중심으로 가고 있어 (생산물량을) 국내에서 소화를 시켜야 하는데, 내수가 맞춰주겠느냐”며 “공급 과잉만 일으킨다”고도 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 반도체나 완성차 기업 등의 대미 투자는 ‘블루오션’이라는 게 정 원장의 소신이다.

 

그는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 붙는데 힘들다, 경쟁이 안 된다”며 “가격도 그렇고, 중국 제품 품질도 좋다. 그래서 중국이 못 가는 미국 시장은 우리한테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2017년 2위를 정점으로 글로벌 순위에서 밀려나 2022년 기준 4위로 내려섰다. 같은 기간 중국은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지난해 한경협이 설문 조사한 결과 우리 기업도 중국 기업의 경쟁력 수준을 한 수 위로 봤다.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지난해 102.2에서 2030년 112.3으로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철강과 일반기계,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등 수출 주력 5개 업종은 중국과 견줘 경쟁 열위 상태이고, 오는 2030년이면 반도체와 전기·전자, 선박, 석유화학·제품, 바이오헬스 등 나머지 5대 품목도 경쟁 우위에서 열위로 추월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100)과 비교해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요소로는 ‘가격 경쟁력’(130.7)과 ‘생산성’(120.8), ‘정부 지원’(112.6)이 꼽혔다.

 

정 원장은 “어떻게 보면 미국이 강요해서 (대미 투자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미래를 위해서는 굉장히 잘하는 투자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3500억 달러 외 우리 기업이 따로 또 투자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조선 협력에 배당돼 대출이나 보증 등의 방식으로 투입한다. 공사는 나머지 2000억달러 투자 이행을 위해 재원 조성과 관리·운용 등을 맡는다. 정 원장은 그간 공사 설립위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위원장인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을 보좌해왔다.

 

새로운 통상 질서가 정립되면서 기존 무역 중심의 시장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 원장의 지적이다. 현지 생산·조달·고용을 위한 투자가 시장 접근의 조건이 됐다는 진단이다. 

 

정 원장은 더불어 생산 거점의 재설계가 우리 제조업의 주요한 과제로 대두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고부가가치 생산에 집중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AC),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중동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그러면서 “어디에 파느냐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시장 중심에서 공급망 중심으로 전략적 전환을 단행할 때라고 주문했다.

 

정 원장은 나아가 “어디에서 생산할 건가, 누구와 공급망을 만들 것인가, 어떤 기술 생태계에 참여할 것인가 이 세 가지가 한국 기업의 생존을 가름하고 앞으로 성장의 경로를 결정지어줄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