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 해산명령과 국내 비영리법인 관련 ‘민법 개정안(제15932호·일명 종교해산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학계가 정교분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평화종교학회(회장 주우철)가 주최하고 선문대학교 선학평화연구원이 주관한 ‘한국평화종교학회 2026 심포지엄’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종교협의회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종교와 정치, 정교분리의 해법’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종교학·법학·철학 분야 학자 8명이 참석해 국가와 종교의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하고, 종교단체 해산과 관련한 해외 주요국의 법리와 시사점을 논의했다.
첫 발표에 나선 이찬수 가톨릭대 교수(아시아종교평화학회장)는 일본 도쿄고등재판소의 가정연합 법인 해산 결정을 ‘일본적 영혼의 정치’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국가주의 정치문화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결과”라며 “‘공공의 복지’ 개념이 과도하게 확장 적용됐다”고 진단했다.
심민석 동국대 교수는 유럽인권재판소와 독일·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의 판례를 분석하며 “종교단체의 정치적 활동과 사회적 의사표현은 종교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단체의 해산 여부는 정치활동 자체가 아니라 폭력 선동이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침해 등 객관적으로 입증된 중대한 위법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교리나 신앙은 해산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산은 다른 수단으로 공익을 보호할 수 없을 때 선택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민법 제38조의 ‘공익을 해하는 행위’는 보다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며 “종교적 중립성과 객관적 행위 중심 심사, 비례성 원칙, 최후수단 원칙이 사법심사 과정에서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지 선문대 교수(선학평화연구원장)는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주류 종교 중심의 ‘공인교(公認敎) 구조’가 존재한다”며 “법률이 형식적으로 중립성을 갖추더라도 집행 과정에서 사회적 편견이 결합하면 신종교를 비롯한 소수종교가 불균형적으로 규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종교단체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소속 신자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승준 원광대 교수는 “현대 문명의 ‘신(神)의 망각’이 도덕성의 붕괴와 공동체의 파편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하며 “가치 혼돈의 시대일수록 대한민국 헌법 가치의 근간인 ‘초월적 자유’로서 종교의 자유를 더욱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신 배재대 교수(한국종교학회장)는 “규제 중심의 종교정책에서 벗어나 종교 현상을 객관적이고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안연희 선문대 교수는 “국가와 종교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장 기반의 정책결정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권 K-종교인문연구소장은 프랑스식 엄격분리와 미국식 협력분리를 넘어 종교와 정치가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공공선을 위해 협력하는 ‘비판적 협력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같은 모델은 한반도 평화와 기후위기 등 공동 과제 해결에 종교가 건설적으로 참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와 토론에서는 정교분리를 국가의 종교 불간섭 원칙에만 한정하지 않고,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한편 종교는 자율적 자정과 공공성 강화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주우철 회장은 “최근 한·일 양국에서 이어지는 종교 관련 사법적·정치적 논쟁은 종교의 자유와 국가 권력의 역할을 다시 성찰하게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국가와 종교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뜻깊은 학술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