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필패’의 빨간 모자 씌운 트럼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미국에서 2년마다 찾아오는 짝수 년도 11월은 전국 단위 ‘선거철’이다. 기본적으로 연방 상원의원(임기 6년) 100명 중 3분의 1이 바뀌고, 하원의원(임기 2년)의 경우 435명 전부를 교체한다. 4년에 한 번씩은 대통령(임기 4년) 선거와도 겹친다. 대통령 임기 도중 치러지는 11월 연방의회 선거는 통상 ‘중간 선거’(Midterm Elections)로 불린다. 현직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 정치학계에선 ‘중간 선거는 통상 행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 만큼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에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부터),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나는 트럼프에게 졌어요’(I lost to Trump)라는 문구가 새겨진 빨간색 모자를 쓴 채 활짝 웃고 있다. AI를 활용한 합성 이미지로 추정된다. 트럼프 SNS 캡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을 심판할 중간 선거가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가 후원하는 공화당 상원 및 하원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보며 선거철이 임박했음을 절감한다. 현재 상·하원 모두 여당인 공화당이 과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선 트럼프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미·이란 전쟁, 고유가와 생활비 급등 등으로 여당인 공화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민주당은 야당 구실을 제대로 했느냐’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2025년 1월 취임한 트럼프가 벌써 1년 5개월 넘게 독주를 일삼는 동안 민주당의 존재감은 희미하기 그지없었다. 더욱이 민주당은 오는 2028년 11월로 예정된 대선에 누가 후보로 나설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실정이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반(反)트럼프 투쟁’의 구심점이 아직까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미국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되찾으며 ‘여소야대’가 되겠지만, 상원은 여전히 공화당 우위의 ‘여대야소’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인 27일(현지시간) 편안한 복장 차림으로 백악관 북부 입구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합성 사진 활용을 유난히 즐기는 트럼프가 27일 SNS에 독특한 이미지를 게시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 등 민주당 소속 거물급 정치인 3명이 ‘나는 트럼프에게 졌어요’(I lost to Trump)라는 문구가 새겨진 빨간색 모자를 쓴 채 활짝 웃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2024년 대선에선 해리스에 각각 이겼다. 2020년 대선의 경우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졌지만 그는 ‘부정 선거’, ‘선거 사기’ 등 이유를 들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민주당에서 누가 등판하든 내 상대가 못 된다’는 것이 트럼프가 전하려는 메시지인 듯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아직까지 든든한 차기 대권 주자가 안 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