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피를 ‘투기판’으로 만든 레버리지, 고강도 대책 내놔야

출시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의 ‘폭탄’이 됐다. 26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은 17조3846억원에 이른다. 삼전닉스가 급등했던 25일에는 전체 ETF 거래대금 40조8613억원 중 40.9%에 달하는 16조7111억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 거래됐다. 몸집이 커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서학 개미의 투자금을 국내로 돌려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코스피를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다”고 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삼전닉스의 코스피 비중이 56.49%인 상황에서 이들 주가를 2배 추종한 상품 자체가 무리였다. 출시 후 국내 시장은 초토화됐다. 한 달 사이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무려 14회 발동됐다. 소비자경보가 발령된 5월27일~6월12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매매회전율은 122.5%에 달했다. 심할 경우 회전율이 200%에 육박한다. 하루에 주식 소유자가 2번 바뀌는 단타 매매는 투기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음의 복리효과’에 신음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한다.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관리·감독할 금융감독 기관 수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파장은 미국 시장까지 흔들었다. 지난 23일 ‘검은 화요일’ 이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며 마이크론이 13.18%, 샌디스크가 14% 폭락했다. CNN은 ‘월가가 AI 매도세에 짓밟히고 있다. 한국 증시는 10% 하락했다’는 기사에서 한국을 진원으로 지목했다. 이런 판국에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빌린 돈으로 코스피 상승률의 최대 150배를 노리는 선물 상품까지 수조 원씩 거래되고 있다니 걱정이다.

동원 가능한 대책을 모두 강구해야 한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빚투와 맞물린 레버리지는 시장 불안을 키운다. 예탁금 요건을 강화하고 신용공여 한도 축소와 증거금 비율 상향 등 시장 왜곡을 막을 고강도 대책을 내놔야 한다. 투자 위험성을 알리는 사전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증권사의 과당경쟁에 대한 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