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내놓은 ‘9·7 대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 강남 생활권에 2만가구를 공급하는 핵심 사업인 서울 서리풀 공공주택지구에서 주민 반발이 본격화한 데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으로 전환한 공동주택용지를 둘러싸고도 공급 지연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정부로선 주민 반발과 법적 분쟁 등 주택 공급 걸림돌들을 무리 없이 치워야 하는 동시에 공급 속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1·2지구 곳곳에서 마을 존치를 요구하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위치하면서도 녹지가 풍부한 이 일대에는 현재 전원주택 마을이 형성돼 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2024년 11월 서울 주택 공급 부족에 대응하고자 서리풀지구를 수도권 핵심 공공택지로 선정하고 총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리풀지구는 서울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동 일대 1지구와 우면동 일대 2지구로 구성된다.
이재명정부도 지난해 9·7 대책에서 서리풀지구를 주요 공급 대상지역으로 부각하며 사업 속도전에 힘을 실었다. 강남권에서 15년 만에 추진되는 대규모 공공택지 사업인 만큼 중요도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통상 공공주택지구는 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5년가량 걸린다. 정부는 서리풀2지구의 경우 지구계획을 사전에 마련하고 부지 조성과 주택 설계를 병행해 착공 시점을 2028년 12월로 앞당기려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9·7 대책 발표 당시 “최대한 절차를 간소화해 전체 사업 기간을 2년 이상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지구 우면동 송동마을과 식유촌 주민들도 대책위원회를 꾸려 마을과 우면동 성당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개발 계획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재산권, 주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조만간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구계획에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초 민간에 매각해 주택을 공급하려던 수도권 공공택지 공동주택용지를 LH 직접 시행 방식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LH 사장 인선 지연에 조직 개편과 재무 부담까지 겹치면서 직접 시행 사업이 당초 계획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에 따르면 당초 민간 매각 예정이었으나 9·7 대책에 따라 매각이 중단된 공동주택용지는 전국 17개 지구, 27필지, 약 65만㎡ 규모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성남 낙생, 수원 당수2,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왕숙2, 인천 계양, 화성 동탄2 등 수도권 주요 공급 거점이 포함돼 사업 지연 시 수도권 공급 계획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국토부는 “9·7 대책에 포함된 사업들이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으며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등을 우려한 민간의 착공 지연에 LH 직접 시행을 확대했지만 그런다고 사업 지연 요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사업성을 비롯한 시장 여건과 주민 협의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