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도전을 부르짖었지만 32강 토너먼트 진출조차 실패했다. 그야말로 ‘북중미 참사’로 불러도 될 만한 한국 축구의 대굴욕이자 수모다. 어쩌면 이는 홍명보 감독이 불공정 논란 속에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할 때부터 예견된 결과일지 모른다. 감독 선임은 물론 이후 숱한 비판을 받았던 전술적 고민 부재, 이동거리나 같은 조로 묶인 국가들의 전력까지 최적의 환경이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대회 내 운영 그리고 결과까지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최악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최종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3-1로 승리하면서 이어 열린 J조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조 3위 상위 8개 팀에게 주어지는 32강 진출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월드컵을 향한 여정을 돌아보면 이미 12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전술적 무능함으로 철저히 실패했던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2014 브라질 이후 10년간 축구 행정가와 클럽팀 감독으로 커리어를 채운 홍 감독은 이른바 ‘빵집 회동’이라 불리는 선임 과정의 불공정 논란으로 온갖 지탄을 받으면서도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 결정 덕에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홍 감독은 12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팀 주축 수비수 대다수가 소속팀에서 포백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뛰고 있음에도 고집스럽게 스리백 전술을 고수했다. 선수들이 가장 잘 뛸 수 있는 전술을 구사하는 게 아니라 이미 틀을 잡아놓고 선수들에게 강요한 꼴이었다. 게다가 수비 전술만 주야장천 얘기했을 뿐, 공격에서는 제대로 된 전술조차 없었다. 그저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이나 ‘골든보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특정 천재적 재능의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로 일관했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손흥민·이강인·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공격·중원·수비에 기둥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황금세대’라고 불러도 될 만한 역대 최고의 멤버로 맞이한 대회였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다. 이는 곧 선수들의 재능과 기량을 한데 묶고, 약속된 전술을 지휘해야 할 감독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아예 부재했음을 의미한다.
2경기를 1승1패로 마치면서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자력으로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남아공전에서 한국 축구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인 손흥민의 선발 제외라는 파격을 꺼내 들었고 이는 패착이었다. 선수단 전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무거운 발놀림과 기본기조차 흔들리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손흥민을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랴부랴 꺼내 들었지만, 이미 백약이 무효였다. 12년 전 1승 제물이라던 알제리에게 당한 ‘알제리 쇼크’보다 이번 ‘남아공 쇼크’가 훨씬 더 데미지가 컸다.
가장 큰 문제는 ‘남아공 쇼크’의 이유를 홍 감독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그는 3차전 패배 후 이튿날 “모든 건 감독 책임”이라면서도 “대체 경기력이 왜 그렇게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당황스럽다”고 황당무계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에 애정이 남은 국민은 남아공 쇼크 후 사흘간 한국의 32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놓고 ‘빙고 게임’을 하는 촌극을 빚었지만, 하늘마저도 한국 축구를 버렸다. 이제 한국 축구의 자산 목록에서 홍명보라는 이름 세 글자는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