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남아공 쇼크’로 2026 월드컵을 ‘북중미 참사’로 만든 홍명보 감독 사퇴...“한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진 않겠다” [몬테레이 IN SEGYE]

[몬테레이=남정훈 기자] 혹시나 임기를 채우려 드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도전을 부르짖다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남아공 쇼크’라는 최악의 참사로 32강조차 진출에 실패한 홍명보 감독이 자리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8일(현지시간) 오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던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 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라고 입을 뗀 홍 감독은 “오늘 저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라고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라면서 “지난 2년 동안 저는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습니다”라고 입장문을 읽어 나갔다.

 

사진=뉴스1

감독이란 자리는 과정보다는 결과로 책임지는 법. 홍 감독은 결과 앞에서 변명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오늘 저는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홍 감독은 한국시간으로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12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길에서 일부 팬들이 선수단을 향해서 엿을 던지는 등의 소요 사태를 감안해 이번엔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착 시간대를 새벽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과달라하라에서 굳이 미국 남동부인 애틀랜타로 삥 돌아 경유하는 것도 새벽 시간 도착을 선택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적어도 12년 전엔 귀국 행사라도 했지만, 이번엔 그것도 없다. 홍 감독의 귀국길에는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백승호, 김문환, 이강인, 설영우 등 선수 8명과 함께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몇 명씩 그룹을 지어 대표팀 전원이 다음달 1일까지 모두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