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2기도 결말은 ‘사퇴 엔딩’…인맥-학맥 카르텔, 공정성 논란으로 2년간 한국 축구를 시끄럽게 하더니 사퇴는 딱 2분 만에 끝났다 [몬테레이 IN SEGYE]

[몬테레이=남정훈 기자]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

 

자신의 모든 판단 기준이 한국 축구였다고 했지만, 그 판단 자체가 틀렸으니 한국 축구의 대몰락이라는 작금의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닐까.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의 실패를 책임을 지며 자진 사퇴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홍 감독은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날인 29일(한국시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던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먼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 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입을 뗀 홍 감독은 “오늘 저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라고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습니다”라고 입장문을 읽어 나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감독이란 자리는 과정보다는 결과로 책임지는 법. 홍 감독은 결과 앞에서 변명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한국의 홍명보 감독이 후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으나 ‘알제리 쇼크’로 대표되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끝에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10년 간 현장을 누빈 끝에 지난 2024년 7월, 선임 과정의 불공정 논란 속에 다시 한 번 대표팀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결말은 ‘사퇴 엔딩’이었다. 게다가 지난 2년간 한국 축구를 시끄럽게 해놓고 사퇴는 단 2분 만에 적어온 입장문을 읽는 것으로 끝났다.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선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며 사퇴하는 태도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5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 전 기자회견하고 있다. 대표팀은 전날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으로 패배했다. 뉴시스

홍 감독의 임기는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안컵까지였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임기를 채우려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아니 사퇴가 당연한 상황이지만, 워낙 그간 뻔뻔함으로 일관해왔던 홍 감독이기에 역치가 낮아서일까. 사퇴한 것만으로 양심이 있어 보일 정도다.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 2기는 환경도 좋았다. 개최국 멕시코, 체코, 남아공과 묶인 조 편성은 역대급 ‘꿀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2경기, 몬테레이에서 1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이동거리도 48개 참가국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짧았다. 1,2차전을 1승1패로 마쳐 A조 최약체라던 남아공에 비기기만 해도 조 2위에 올라 32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0-1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사상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다. 1998 프랑스에서의 30위(1무2패)를 넘은 역대 최저 순위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월드컵에 감독으로서 대표팀을 이끌고 두 번 출전한 건 한국에서 홍 감독이 유일하다. 그만큼 학맥과 인맥 카르텔로 점철된 한국 축구계 홍 감독에게 만회할 기회를 줬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리백 전술 고집과 뚜렷한 공격 전술 없이 손흥민, 이강인 등 특정 재능들에게 기댄 ‘해줘 축구’ 등 전술적 무능력함은 1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역 시절 ‘영원한 리베로’라 불리며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며 한때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었던 홍 감독이지만, 사령탑으로 두 차례 월드컵을 최악으로 마친 지금은 한국 축구의 ‘금지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