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의 경고 "AI 거품 붕괴, 글로벌 경제 최대 위협"

1조 달러 투자가 금융 연쇄 충격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글로벌 투자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AI 거품 붕괴가 글로벌 경제의 핵심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션타임스(FT) 등에 따르면 BIS는 이날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AI 거품 붕괴를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로 꼽히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라클이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1조달러(1538조원) 이상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투자자들이 AI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급격히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BIS는 “(AI 관련) 수익률에 대한 실망은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를 촉발하고 자본지출(CAPEX) 붐을 장기적인 투자 불황으로 전환해 금융 여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늘날 주요 주식 시장의 조정은 과거보다 더 큰 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진=로이터연합

하이퍼스케일러란 수십만 대 이상의 서버와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뒤 전 세계 기업과 개인에게 AI에 기반한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거대 기술 기업으로 최근 AI 투자 열풍의 중심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 경제의 반등을 견인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도 이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현상이다. 

 

BIS는 AI 업계의 자금 조달 측면에서 취약점들이 존재해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면서 대표적 사례로 현재 AI 관련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순환 금융’ 거래를 꼽았다. AI칩 제조업체와 하이퍼스케일러가 AI 개발사나 네오클라우드 제공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면 이들은 다시 칩이나 전산 자원(컴퓨팅 파워)을 다년간 구매하기로 약정하는 사례가 대표적 순환금융 거래다. 또 AI 데이터 센터 건설은 제3자에게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탈출 조항이 포함된 장기 계약을 통해 하이퍼스케일러에 다시 시설을 임대해 준다. BIS는 “이러한 거래의 조건은 대개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며, 동일한 자산이 여러 번 담보로 제공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 중 하나로 꼽히는 오라클이 최근 심상치 않은 주가 하락세를 보이며 관련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는 중이다. 이날 미 CNBC에 따르면 오라클 주가는 26일 148.53달러로 마감해 지난주 대비 18.4% 폭락했다. 5거래일간 33.49달러가 빠진 것으로, 닷컴 버블 붕괴가 한창이던 2001년 8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 폭이다. 지난해 9월 시가총액 9천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주가는 55% 넘게 빠졌다. 

 

BIS는 AI 거품 붕괴 우려 외에도 인플레이션도 글로벌 경제에 주요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전쟁이 종전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에도 에너지 공급 차질이 끝나지 않았을 수 있고, 공급 인프라 재건엔 시간이 걸리며 위기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BIS의 경고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의 충격이 가라앉을 것이란 일부 초기 낙관론과 대조를 이룬다고 짚었다. BIS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위험, AI 관련 투자의 지속 가능성, 증가하는 금융 취약성, 약화되는 재정 상태 등 여러 취약점이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경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