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으며 남의 토지 94㎡ 침범…대법 “20년 지났어도 소유권 인정 안 돼”

건물을 지으며 남의 땅 상당 부분을 20여년간 점유해 왔다면 그 땅이 타인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하고 정당하게 점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경기 파주시 파주리에 있는 토지주인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청구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B씨는 1993년 A씨 아버지 소유 토지와 인접한 토지에 근린생활시설을 짓고 그해 12월 소유권보존 등기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B씨의 건물은 건축물대장 및 등기부등본 기재와는 달리 B씨 소유의 토지가 아니라 A씨 아버지 소유 토지 위에 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 소유였던 인접 토지를 1999년 경매로 취득한 뒤 2010년 아버지 소유의 토지 역시 일부를 상속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소유 토지 위에 건물을 지어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 왔다며 그동안의 사용에 따른 임대료 2954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B씨는 항소심에서 자신이 1993년부터 20년 넘게 토지를 점유해 왔으므로 민법 245조에 따라 오히려 A씨가 자신에게 토지 소유권을 넘길 의무가 있다며 소유권이전 등기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민법 245조에 따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항소심 역시 A씨 패소 판결했다. B씨가 20년간 평온하게 토지를 점유한 것이므로 2013년 12월 점유취득시표가 완성됐다는 판단이다.

 

A씨는 ‘B씨가 남의 땅인 걸 알고도 건물을 지었으므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B씨가 경매로 소유권을 잃었으므로 그 시점부터 남의 땅이라는 걸 인식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씨 건물이 A씨의 토지 106㎡ 중 상당한 부분에 해당하는 94㎡를 침범했으므로 B씨가 남의 땅인 걸 알면서도 건물을 지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B씨 건물은 당시 A씨 아버지 소유였던 토지를 침범해 건축됐고 그 침범 면적이 통상적인 시공상의 착오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에 이르렀다”며 “B씨로서는 건축 과정에서 건물이 타인 소유의 토지를 침범해 건축됐음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B씨의 건물 소유에 따른 토지 점유는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B씨가 1993년 건물을 지을 당시엔 토지가 자신의 소유라고 착각했을 수 있으나, 1999년 경매에 따라 인접 토지 소유권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건물이 타인의 토지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자인한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는 점유취득시효에서의 자주점유(소유할 의사로 하는 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이 이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